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반구대’는 알겠는데, ‘대곡천 암각화’는…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4 17:45

수정 2019.07.04 17:45

[기자수첩] ‘반구대’는 알겠는데, ‘대곡천 암각화’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은 출세해 자기 이름을 세상에 드날리는 일을 의미한다. 유교에서 여럿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이나, 작품의 가장 뛰어난 부분을 비유해 백미(白眉)라고 부른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촉나라 장군 마량이 흰 눈썹을 가졌다는 데서 유래했다. 누구나 아는 이 이야기들의 키워드는 '이름'이다. 작명, 네이밍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고 골치 아픈 것도 마찬가지다. 채팅용 별명부터 블로그, 동호회, 회사, 가게 등의 이름을 짓고 결정하는 데 적지 않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
이름의 역할과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울산에서는 요즘 유네스크 문화유산으로 등재 추진 중인 '대곡천 암각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울산시민 상당수는 대곡천 암각화를 잘 모른다. 따지고 보면 알면서도 모르는 것이 맞다. 반구대 암각화 앞을 지나 사연댐으로 흘러드는 하천의 이름이 대곡천이다.

이 일대에는 반구대 암각화 외에도 국보 제147호 천전리 각석에다 200개 넘는 공룡발자국이 있다. 사실 '반구대 암각화 유네스코 등재'로 널리 알려진 일련의 사업은 '대곡천 암각화 세계유산등재'라는 공식명칭이 따로 있다.

현재 울산박물관에서는 '대곡천 암각화 세계유산등재 기반마련 학술연구 용역'을 수행 중이며 2020년 5월 완료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세계유산 등재신청서를 작성하게 된다. 울산시민도 잘 알지 못하는 '대곡천 암각화'라는 이름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

널리 알려진 '반구대 암각화'가 유네스코 등재 이름이 되지 못한 것은 천전리 각석과 공룡발자국 화석 등을 포함해 '덩치'를 키우려는 울산시의 의도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반구대 암각화'는 오랫동안 세계 암각화 학계에 알려져 있고, 울산을 알리는 '랜드마크' 기능을 해왔다는 점에서 굳이 생소한 '대곡천'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야 했는지 그 배경이 궁금하다.

이는 미국인과 전 세계 산악인 다수가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아와니호텔'은 알아도 '마제스틱호텔'은 모르는 것과 같다. 아와니호텔은 오바바 대통령의 휴양지로, 영국 엘리자베스 2세도 방문했고, 특히 스티브 잡스가 결혼식을 올린 곳으로 유명하다.
마제스틱호텔은 최근 이 호텔의 새로운 이름이다. 이름 때문에 벌어진 소송이 한때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울산은 유네스코 등재 후 반구대암각화가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세계 도처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유네스코 유산이 더 많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ulsan@fnnews.com 최수상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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