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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AI에 집중하라는 ‘미다스의 손’ 손정의의 훈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5 17:52

수정 2019.07.05 17:52

4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일본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인상 깊은 조언을 했다. 우선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더욱이 한국이 정보통신 강국으로 거듭났지만 현재 AI 발전은 다소 늦은 상태라는 그의 평가도 적확했다고 본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기를 맞아 정부도, 경제계도 경각심을 갖고 들메끈을 고쳐 맬 때다.

손 회장의 직언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 그는 AI, 자율주행차, 생명공학, 로봇 등을 비롯한 신산업에 진취적인 투자를 해온 인물이다.
그의 이런 뉴프런티어 정신을 귀감 삼아야 할 이유다. 더군다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를 겨냥한 일본의 수출제한으로 국내 첨단산업의 아킬레스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절박한 시점이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의 훈수를 귀담아들어야겠지만, 중요한 건 실천이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이 무엇보다 마음에 걸린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MIT)는 AI 단과대를 위해 1조원 넘는 기금을 조성했다는데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은 향후 5년 연구비로 겨우 30억원을 약속받았단다. KAIST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AI 전공자는 몰리는데 전임교수 확보는 예산 등 여러 사정으로 벽에 부딪쳐 있어서다.

산업 최전선 기업연구소들의 열악한 환경은 더 큰 문제다. 특히 자금여력이 없는 중소기업 연구원 인력들이 오후 6시만 되면 컴퓨터를 강제 종료해야 하는 판이라니 말이다. 가뜩이나 정부가 경제회복 역량을 보여주지 못해 인력충원도 어려운 형편인데 현실성 없는 주52시간제로 2차 가해를 하는 격이다. 세계 각국이 신산업에 '올인' 중인데 우리는 R&D 첨병들의 손발을 묶는 희한한 일까지 벌이면서다.


R&D는 테마별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몰입해 일할 필요도 있는 분야다. 이런 직종별 특성을 탄력적으로 적용치 않고 일률적으로 52시간 근무를 강제하니 글로벌 경쟁에서 뒤지는 것이다.
오죽하면 4일 4만여개 기업연구소가 가입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주 52시간제로 R&D 뿌리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특례업종에 추가해 달라고 호소했겠나. 문재인정부는 AI 진흥에 앞서 척박한 R&D 환경을 개선하는 데 눈을 돌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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