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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주도 ‘청년 일자리 로드맵’ 걱정이 앞서는 이유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8 07:59

수정 2019.07.08 11:50

민선 7기 원희룡 제주도정, 1년 새 공무원 895명 증원
고위직↑, 본청·행정시 중심…'가분수'조직 비판 목소리
2022년까지 공공부문 정규직 일자리 1만개 창출 약속
좌승훈 정책사회부 기자
좌승훈 정책사회부 기자

[제주=좌승훈 기자] 민선7기 원희룡 제주도정 출범이후 1년 만에 895명이 늘면서 공무원 전체 정원이 6107명으로 확대됐다. 민선7기 출범과 함께 공무원 정원이 241명 늘렸고, 170명의 소방공무원을 증원했다. 또 오는 15일 발표되는 신규 공무원 합격자 411명과 오는 8월 하반기 정기인사와 맞물려 73명을 증원한 데 따른 것이다.

■ 결국 세금…공직사회 비효율 제거 먼저

일반 공무원에 비해 안전·복지 인력은 부족한 게 현실이어서 증원이 불가피한 면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인력 수요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하다는 점이다. 또 이에 따른 재정 부담은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 설득력 있는 중기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공직사회 내의 비효율을 제거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특별자치도 출범 취지와 달리, 읍면동 주민자치의 역할과 기능 강화를 위한 예산 지원은 뒷전이라는 지적과 함께, 공무원 인력 증원에 따른 인력 배치도 도 본청과 행정시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가분수형 구조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 좌남수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한경면·추자면)은 지난 4일 제375회 임시회를 통해 “읍·면·동사무소는 직원 한 명이 부족하거나 결원돼도 주민들이 불편을 느끼는 체감도가 크다”며 “특히 도 본청과 행정시에 인력이 집중되면서 특별자치도 출범이후 도민은 손해를 보고 공무원만 이익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철남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연동을)은 “공직사회 고위직이 크게 늘어나면서 인건비 비율이 전국 최고로 도민정서와는 거리가 먼 가분수형 조직으로 변했다”며 질타했다.

■ 세출 대비 인건비 비중 12.5% 전국 최고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제주도내 43개 읍·면·동 공무원은 1030명인데 반해 도 본청과 행정시·직속기관·사업소를 포함한 간부 고무원은 ▷2급 5명 ▷3급 23명 ▷4급 122명 ▷5급 457명 등 607명에 달한다.

한번 늘린 공무원을 줄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한 번 채용하면 정년까지 지속되는 일자리다. 대략 50~60년간 임금과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도는 지난해 세출 예산(5조297억원) 중 6300억원(12.5%)을 공무원 인건비로 지출했다. 세출 예산 대비 인건비 비율은 전국 평균이 9.28%인데 반해 도는 12.5%로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일각에선 공무원 증원을 두고 반시장·반기업 정책 탓에 민간에서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니 정부·지자체가 만드는 것이라는 비아냥도 있다. 게다가 공공부문이 민간부문을 구축해 내면, 세수 감소로까지 이어진다. 공무원 숫자가 늘면 그만큼 규제도 늘게 마련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022년까지 공공부문 청년 정규직 일자리 1만개를 만들어 청년이 머무르고, 돌아오는 제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영세기업이 대부분인 제주의 산업구조는 청년 일자리 마련에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 “좋은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든다”

공공일자리는 안정된 일자리다. 가장 생산성이 왕성할 시기의 많은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이유다. 또 취업난에 희망을 잃은 청년들을 생각하면,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다.

민간의 호주머니를 털어 만드는 일자리는 하수(下手) 대책이다. 결국 세금 부담만 늘 뿐이다. 같은 돈이라도 지자체보다는 민간기업이 더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공무원이 아니라 경제 활성화를 통해 진짜 일자리 늘리겠다고 해서 ‘공약 포기’라고 말할 유권자는 아무도 없다. 고용 절벽의 해법은 민간에 있다.
공무원 증원에 앞서 기업에서 고용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먼저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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