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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부작용 없을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7 17:21

수정 2019.07.07 17:21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오는 16일부터 시행된다.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 지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 법은 지난해 파문을 일으켰던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엽기적 갑질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법 시행에 따라 앞으로 기업은 괴롭힘과 관련한 신고가 접수되면 가해자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신고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등 별도의 벌칙도 부과된다.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만 20~64세 남녀 1500명 중 73.7%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최근 조사에서도 직장인 10명 중 6명이 "최근 5년간 따돌림이나 강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는 대답을 내놨다.
이런 후진적 직장문화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이번 법 시행의 의미는 작지 않다는 평가다.

그러나 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기업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제로 법이 시행될 경우 예상치 못했던 돌발상황이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입법 취지와 달리 투서 남발, 허위신고 등 과도한 분쟁 제기로 인한 혼란 야기다. 고용노동부가 몇 가지 사례를 제시하고 있긴 하지만 '괴롭힘'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주관적인 것도 문제다.

중복규제라는 지적도 허투루 들어선 안된다. 기존 근로기준법에는 폭행의 금지(8조), 해고 등의 제한(23조), 형법의 모욕(311조) 및 명예훼손(307조), 남녀고용평등법상의 직장 내 성희롱 금지(12조) 조항 등이 있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서는 정부가 경영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법을 밀어붙였다는 불만이 나온다. 기업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까지 법이 개입해 분란을 키우는 일을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다.
법 시행 초기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적극 반영해 법과 제도를 재정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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