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홍남기-김상조, 정의선·최태원·구광모 만나… 기업과 주말 긴급회동 [日수출규제에 행보 빨라진 정부]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7 17:37

수정 2019.07.07 17:37

이재용·신동빈은 일본 출장..李총리 단계별 시나리오 점검
日식품류 수입 제한 확대 등 우리측 '제재 리스트' 확인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통제가 현실화되면서 '강경대응' 기조를 밝힌 정부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일본 당국이 지난 4일 반도체 등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 단행에 이어, 이달 강제징용 관련 우리 측에 요청한 중재위원회 설치 답변시한인 18일 이후 추가 규제를 내놓을 것이 확실시돼 양국 간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침 이외 첫 대응카드를 놓고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일본 경제산업성 등 수출통제 관련 실무부서 간 공식적인 대화채널은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다만 이번 수출통제 건과 관련,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일본방문 등 정부 이외의 재계 등 비공식 외교·경제 '물밑채널'은 가동되는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김상조, 정의선 등과 긴급회동

정부 및 재계에 따르면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일본 수출규제 조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그룹 총수와 회동했다.
당초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함께 5대그룹 총수들과 면담할 예정이었으나, 이들은 일본 출장 관계로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 측은 논의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측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출규제에 따른 우리 기업 피해상황 예측 및 단기 최소화방안, 대응가능한 방안 등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실무자가 배석하지 않은 정책수뇌부 긴급회동"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대외경제상황의 불확실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재계와) 적극적으로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동은 오는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의 회동을 앞두고 기업들의 동향과 입장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조치 배경 및 현지 동향, 우리 기업 상황 등을 파악한 후 대통령의 '대(對)일본 대응조치' 발언 수위가 조절될 가능성이 있다. '10일 회동'에 앞서 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놓을수도 있다.

홍 부총리의 "강경대응" 기조 발언 이후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자제하고 있다. 우리가 맞보복할 경우 일본측에 전면전의 빌미를 제공할 여지가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국익 관점에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 對日 맞대응조치 신중검토

전날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홍 부총리, 성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관계장관들과 비공개 현안 회의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관계부처별 대응책 및 단계별 시나리오를 집중 논의, 점검했다. 반도체 소재에 이어 수소전기차, 배터리, 정밀화학, 광학정밀기기 등 우리의 수입대체가 어려운 일본의 100대 수출제재 추정품목(롱리스트)에 대한 실현가능성 등을 점검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우리 측이 강경대응을 밝힌 이상 전략물자 수출제한, 반도체생산 타격에 따른 일본수출 규제, 일본 후쿠시마 농수산물 등 식품류 수입제한 확대 등 우리가 대응 가능한 '롱리스트'도 확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홍 부총리가 "국제법, 국내법상 조치 등으로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한 대목과도 연관된다. WTO 등 국제규범에 반하지 않는 명분과 실효성있는 대일본 대응조치를 찾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 조치가 국제규범 위반임을 분명히 한 만큼, 우리도 이에 상응하는 대책을 찾고 있다"고 했다.

산업부는 지난 1일부터 일본통상현안대응TF를 가동하며 WTO 제소 작업에 착수했다. 일본 측에도 실무부처 간 협의를 요청한 상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 경제산업성 측과 회담은 WTO 절차상 사전적 비공식 협의 절차로 간주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일본 언론은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일본 정부가 실무 차원에서 수출규제 강화 경위를 설명할 기회를 만드는 쪽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일본 정부가 지난 4일부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소재 품목에 대한 수출절차 간소화 등 우대조치를 폐지함에 따라 우리 기업은 수출계약 때마다 9가지 제출서류와 최장 90일간 검토 심사를 받아야 한다.
제도 시행 4일차인 현재 관련품목 통관이 지연되고 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김호연 권승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