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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종의 부동산칼럼]집 짓는 前대통령, 한국에도 그런 날 올까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7 18:30

수정 2019.07.08 08:33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해비타트'
[김도종의 부동산칼럼]집 짓는 前대통령, 한국에도 그런 날 올까
집을 짓는 현장에서 청바지를 입고 땀을 흘리면서 직접 망치질을 하는 고령의 미국 전직 대통령이 있다. 때로는 일하는 모습을 좀 더 가까이에서 찍으려는 기자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수행원들이 포토라인을 쳐놓기도 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미국 역사상 재임 시 가장 인기가 낮았던 땅콩농장 아들 출신의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이다.

무주택 서민에게 집을 지어 주어 주택문제를 해결하고자 1976년에 설립된 국제해비타트라는 비영리 민간단체가 있는데, 이 단체의 행사 중에 매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참여하여 1주일 동안 집을 짓는 '지미카터워크프로젝트(JCWP)'가 있다. 해비타트는 개인, 기업, 단체, 교회 등으로부터 자금, 기술, 인력 등의 기부와 후원,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집을 짓고, 입주가정은 자기 집을 지을 때 일정 시간 이상 참여하며, 입주 후 토지비와 최소한의 건축비를 장기간 무이자로 상환한다.

한국해비타트 정근모 이사장은 2001년 JCWP행사를 우리나라에 유치하기 위한 예비행사로 2000년 8월 6일부터 11일까지 영남과 호남에서 각각 16 입주가정을 선정하여 전남 광양에 '평화를 여는 마을' 32가구 건립을 추진하였다.


당시 예비행사에는 주요 후원사인 주택은행(사업부지), 삼성물산 주택부문(토목공사), 포항제철(경량철골), 정림건축(설계감리) 등을 포함한 많은 기업, 교회, 개인 등의 후원이 있었는데, 필자는 당사 삼성물산 주택부문에서 광양현장의 지원업무를 맡고 있었다.

무더위 속에 국내외 자원봉사자들이 1주일 동안 구슬땀을 흘리며 작업을 한 결과 드디어 입주식을 하는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관계자와 자원봉사자 격려차 영부인 이희호 여사의 현장 방문이 예정되었다. 이희호 여사는 약속대로 직접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와 자원봉사자 등을 격려했다.

2001년 8월 5일부터 11일까지 충남 아산 '화합의 마을'을 포함한 6개 지역에서 총 136가구를 건립하는 JCWP 2001 행사가 진행되었다.
첫째 날 수행비서, 경호원 등과 함께 입국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부부는 바로 아산현장으로 이동하여 숙소를 배정받은 후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이튿날 아침부터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작업을 시작하였고, 김대중 대통령 부부의 아산현장 방문으로 잠시 일손을 멈춘 후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면서 격려하고 회담과 오찬이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현장으로 돌아와 다시 망치를 들고 일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언젠가는 서민을 위한 집을 짓기 위해 망치질하는 전직 대통령이 나올 그 날을 그려본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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