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美 최고 시나리오, 북핵 통제력 확보-北의 친미화"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0 10:40

수정 2019.07.10 18:31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문제연구소장이 10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남중·고 재경동창회 조찬모임 덕형포럼에서 '미중 갈등의 진단과 한반도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문제연구소장이 10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남중·고 재경동창회 조찬모임 덕형포럼에서 '미중 갈등의 진단과 한반도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본격화된 패권 경쟁 속에 한반도 운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남한과 북한 모두 양국 사이에서 어떠한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국익의 방향이 결정되는 만큼 현 상황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전망이 요구된다.

이 가운데 미국이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의 하나로 미국이 북한핵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북한을 '친미국가화'하는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결국 중국에겐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겠지만 미중 양국의 패권 경쟁 과정에서 한반도는 주요 견제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문제연구소장은 10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남중·고 재경동창회 조찬모임 덕형포럼에서 '미중 갈등의 진단과 한반도의 미래'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미국이 상정할 수 있는 시나리오의 하나로 북한핵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북한을 친미 국가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장은 "실행 가능성이 낮겠지만, 미국으로선 북한이 중국 견제에 얼마나 효율적인 국가가 되는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과 북한 모두 우호적인 국가를 만드는 곳이 장기적으로 중국영향력을 줄이고 중국 견제에 큰 역할을 할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6.25 전쟁 등으로 혈맹을 강조하는 북중 관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이러한 길을 선택하는 것은 아직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최근의 미중 무역분쟁의 본질을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는 것으로 본 이 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중국을 때릴수록 표가 많이 나온다고 보고있다"며 "문제는 미국의 민주당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중국 때리기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미국이 중국에 관세보복을 하고 있지만 미국의 대중국 적자가 여전함을 지적, "미국은 장기적으로 시진핑 리더십을 흔들고, 중국을 중진국 함정에 더 빠뜨리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이 소장은 중국이 아편전쟁 이후 170년의 몰락을 딛고 다시 일어서려 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선 미국을 능가하기는 어려운 구조에 있다고 단언했다.

특히 중국 자체적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갖추지 못했음을 지적, 미국을 대체할 패권 국가로 도약할 자세가 돼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신뢰라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대로 상대가 행동하는 것'인데 중국은 내가 생각하는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며 "중국이 패권 국가가 되기 어려운 것은 글로벌 리더십을 실행할 인재가 없어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근육은 커졌지만 생각은 커지지 않았다. 상식 밖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한다"며 "오랜 조공체계로 다져온 질서의 구태가 작용하는 것이다. 지식인들 사이에선 시진핑 리더십에 대한 존경이 거의 없다"고 일갈했다.

이 소장은 "미중 무역전쟁은 일시적으로 휴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 사이 중국은 학습하게 된다.
기술의 자주화와 과학기술에 집중할 것으로 본다. 그 사이 미국도 중국을 어떻게 때리는게 효율적인지 검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상황 속에 한국의 대응자세로 이 소장은 "한반도는 미중관계에서 종속변수가 될 것"이라며 "한반도 지렛대를 어떻게 만들지가 중요한데, 동남아 처럼 우리 주변 지역과의 연대로 지역이익을 결합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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