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보복'을 '안보'로 포장한 日 꼼수, 국제사회서 통할까

뉴스1

입력 2019.07.10 17:49

수정 2019.07.10 17:49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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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그 사유로 "양국 신뢰관계 훼손"을 언급하며, 수출관리에서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부적절한 사안"에 대해선 별도의 설명이 없다가 최근엔 북한과의 관련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간담회'에서 "대북 제재와 연결시키는 발언"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일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일본이 수출 규제를 강화한 3개 반도체 소재 중 하나인 불화수소의 '북한 반출설'에 대해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노가미 고타로(野上浩太郞) 일본 관방 부(副)장관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는 간소화된 절차를 통상적인 절차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안전 보장을 위한 수출 관리 제도의 적절한 운용에 대해 재검토하고 있다"며 통상정책과 국가안보를 연계시키는 입장을 고수했다. 무역 보복문제를 '안보'로 포장하려는 꼼수로 비쳐진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반한' 감정이 깊은 우익 세력을 결집하려는 목적으로 여겨진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그간 일본 우경화에 활용해온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도발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 때리기'를 대체제로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한국이 피해자, 일본이 가해자인데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국' 대 '국제법을 준수하는 일본'이라는 프레임으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진단도 있다. 첫 타깃으로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을 선택한 것은 경제보복의 상징성과 가시적 효과를 극대화하고자하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맞물려 통상과 안보 문제를 묶는 것은 한국의 WTO 제소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WTO는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국제통상협정 규범으로 삼고 있는데, GATT 제21조에 있는 '안보예외' 조항에 기대 한국의 공격을 피해가려 한다는 것이다.

이 예외 조항은 회원국이 '필수적인 안보이익의 보호를 위해 회원국이 필요하다고 간주하는 경우’ Δ핵분열성 물질 관련 조치 Δ무기, 탄약, 전쟁도구의 거래에 관한 조치 및 군사 시설에 공급하기 위한 재화 및 물질의 거래 관련 조치 Δ전시 또는 국제관계에 있어 기타 비상 조치에 대해 방해하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안보예외 조항은 해석의 모호성으로 인해 논란이 되기도 하지만 회원국들이 자체 판단에 따라 안보 조치를 취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대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통상과 안보를 연계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

일본 입장에선 이를 통해 수출 규제 조치의 책임을 한국에 떠넘기게 됐다. 의혹을 풀어야 하는 쪽은 한국이라는 것이다. 또 WTO 재판은 제소에만 수개월이 걸리고 최종 재판 결과가 나오려면 수년이 소요돼 사태가 장기화되면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받는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일본 정부가 믿는 구석으로 보여진다.

우리 정부로선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입 및 관리에서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리는 한편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에 정확하게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품목으로 정한 3건(레지스트·불화수소·플리이미드)과 관련, 국내에서 중국 등 제3국으로 수출하는 체계를 전면적으로 점검했고 어떤 문제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국 수출과 북한을 연계시키는 것은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 '고춧가루 뿌리기'란 진단이 나온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한 관계가 보다 발전하면 전략 물자들이 한국을 통해서 북한으로 들어갈 수 있고, 그러면 북한 핵 및 미사일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인식을 넌지시 퍼뜨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고위 관리들이 직접적으로 북한을 거론하지 않은 점은 한반도 화해 무드에 동참하려는 뜻을 접지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부터 수차례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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