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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헬스] 가임기 여성 열명 중 한 두명은 자궁내막증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1 19:28

수정 2019.07.11 19:28

난임 부르는데 잘몰라 더 위험
대표적 원인은 월경혈 역류
면역 떨어졌을때 제거 안된 혈, 난소·복강 등서 문제 일으켜
가족중 환자 있다면 유병률 9배
생리통이나 골반통증 심하다면 참지 말고 검사 받는 게 안전
[Weekend 헬스] 가임기 여성 열명 중 한 두명은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증은 가임기 여성 10명 중 1~2명에게 발병할 정도로 흔한 부인과 질환이다. 20대 환자 12.2%, 30대 환자가 24.8%를 차지하는 등 전체 환자 3명 중 1명이 가임기 여성이다. 차 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허윤정 교수는 11일 "자궁내막증의 가장 큰 부작용은 바로 '난임'이라는 점"이라며 "실제 난임환자 중 30~40%에서 자궁내막증이 발견될 정도로 난임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생리 때 자궁내막 유착돼 발생

생리는 여성의 자궁내막이 주기적인 호르몬 분비에 따라 증식해 배아의 착상을 준비했다가 임신이 되지 않으면 저절로 떨어져나가면서 출혈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이 때 자궁내막이 제대로 떨어져 나가지 못하고 난소나 난관, 복막 등 자궁 외부에 달라 붙기도 한다. 이로 인해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유착 등이 발생하게 되는 증상이 '자궁내막증'이다.
이 중 난소에 낭종 양상으로 자궁내막증이 발생할 경우에는 자궁내막종으로 부른다.

자궁내막증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난소나 난관의 해부학적 요인, 조직학적 요인, 호르몬 요인, 유전자 요인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중 월경혈의 역류는 자궁내막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월경혈의 역류는 월경혈 일부가 난관을 역류해 복강 안으로 유입되는 경우로, 가임기 여성의 76~90%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역류한 월경혈은 체내 면역체계에 의해 복강 내에서 제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면역력이 저하된 여성들은 월경혈이 제거되지 않아 난소나 복강 내 여러 장소에서 병변을 형성하게 된다.

유전적 요인도 자궁내막증을 유발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 내 환자가 있다면 유병률이 약 6~9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적 요인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청소년들의 영양상태가 좋아지면서 초경이 빨라지는 반면 여성들의 사회진출 등으로 인해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여성호르몬에 노출되는 기간이 늘어나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난임환자 30~40% 앓지만 인지도↓

자궁내막증의 증상으로는 심한 생리통, 골반통, 성교통 등 통증이 대표적이다. 이 중 가장 큰 문제는 난임이다.

자궁내막이 난소나 나팔관, 복막과 같은 곳에 붙어 자라면 나팔관의 원활한 운동을 방해하거나 난소와 주변 장기가 서로 달라붙는 난소 유착을 유발하게 된다. 이 경우 정자 이동의 변화이나 난자와 정자의 수정, 배아의 자궁 유입 어려움 등으로 인한 난임이 발생하게 된다. 또 성교통으로 인한 성교 횟수 감소도 난임에 일정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궁내막증에 대한 인식이 아직까지 높지 않다. 주요 증상인 통증도 단순 생리통으로 인식하면서 이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의들은 과거 없던 생리통이 발생하거나 혹은 생리불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을 방문, 진단을 받는 것을 권한다. 먼저 혈액검사를 통해 특정 표지자(CA-125)의 수치가 35 이상일 경우 자궁내막증을 의심해야 한다. 이후 질 초음파 검사나 자기공명영상검사(MRI), 진단 복강경 검사 등을 통해 보다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

■치료로 가임력 보존 가능

자궁내막증으로 진단되었을 경우 크게 약물치료와 수술적 치료를 통해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먼저 약물치료는 경구용 피임제를 사용한다. 경구용 피임제는 자궁내막증 환자의 통증 치료를 위해 활용된다. 약 60~95% 환자들에게서 통증 완화 보고가 있다. 또 월경혈이 골반 안으로 역류되는 것을 막아 자궁내막증이 지속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생식샘 자극호르몬 분비호르몬 작용제(GnRH 항진제)도 자궁내막증 환자의 치료약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약물은 난포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통해 난소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억제하게 된다. 이를 통해 가역적인 가(假)폐경 상태를 유도해 자궁내막증의 증식을 억제하고 통증 조절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가폐경을 유도하는 만큼 홍조나 식은땀과 같은 폐경 증상이 유발될 수 있지만,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난소의 기능이 곧 정상으로 돌아와 이러한 부작용이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골반통이 심하거나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는 경우, 난소낭종 파열 등 급성 여성 생식기 질환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수술은 주로 복강경 수술로 진행되며 자궁내막증 병변이나 유착된 부위를 제거하게 된다. 난소에 자궁내막종이 있는 경우 수술적 절제가 호르몬 치료보다 더 효과적이며 재발 가능성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한 사전 발견도 중요하다.
자궁내막증은 재발률이 5~20%에 달할 정도로 높다. 하지만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아 예방이 어려운 질환이다.


허 교수는 "6개월마다 한번씩 산부인과에 내원해 검진을 받는게 좋다"며 "비만이나 면역력, 식생활 등도 자궁내막증에 일정 영향을 미치는 만큼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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