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넷플릭스 뛰는데…폐지된 합산규제 또 어깃장 놓는 국회

김성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국회는 1월과 이날 이틀을 제외하고 소위를 소집하지 않다가 오는 12일 세번째 회의를 한다. © News1 이종덕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여야 정쟁으로 식물국회 상태였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가까스로 일터에 돌아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재가동했지만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는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전망이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과방위 정보통신방송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2소위)는 이날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사업법(IPTV특별법)상 합산점유율 규제 재도입 법안을 심사한다.

2소위는 지난 4월16일 회의에서 사전규제의 일종인 합산규제를 재도입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시행할 수 있는 사후규제 방안이 어떤 것이 있는지 보고를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합산규제를 포함한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를 폐지하는 대신 요금 신고제를 통해 약탈적 요금제나 이용자에게 피해를 줄수 있는 요금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을 마련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현 통신시장의 요금인가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시장 1위 업체를 '집중 사업자'로 지정, 해당 사업자에 대한 이용약관 인가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두가지 안 모두 점유율 규제 폐지가 전제다.

국회에서도 정부의 사후규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였으나 정치적 이유로 법안 심사 등을 거부하던 자유한국당이 국회로 복귀하면서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간 분위기다.

당초 업계는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사후규제안'을 국회가 받아들여 합산규제 재도입을 더이상 거론하지 않고 법안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가까스로 국회에 복귀한 야당의원들이 주축이 돼 정부가 마련한 사후규제안과 관계없이 '합산규제 재도입 심사 연장'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2소위에서 심사하는 법안은 이미 폐지된 합산규제를 부활시켜 2~3년 소급해 연장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이 규제안을 국회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이려면 2소위에서 '더이상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2소위에서 '법안 심사를 지속하자'는 의견이 나오면 규제 도입 논의가 이어지는 형국이기 때문에 법적으론 합산규제가 일몰 폐지됐다 하더라도 막상 시장에서는 합산규제를 초과하는 인수합병이나 점유율 확대는 일어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즉 국회가 실제 합산규제 재도입 법안을 통과시키지는 않고 단지 '심사'만 지속하더라도 시장에서는 이미 일몰 폐지된 합산규제가 살아서 작동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업계에서 국회가 '시간끌기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통신사 IPTV와 합병을 눈앞에 둔 케이블TV업체 CJ헬로와 티브로드, 딜라이브는 속이 편치 않다. 상대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낮은 LG유플러스 및 SK텔레콤은 각각 CJ헬로와 티브로드 인수에 합산규제 등의 영향이 적지만, 이미 점유율 규제 상한선 33%에 육박하는 KT 입장에선 신규 케이블TV업체 인수가 쉽지 않다.

특히 KT 피인수 업체로 거론되던 딜라이브는 합산규제 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합산규제 재도입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딜라이브 측은 "합산규제는 유료방송의 자율적 시장 재편을 봉쇄해 방송시장의 성장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하는 소비자의 선택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딜라이브는 이달말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 만기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채권단은 딜라이브의 상환 만기를 일단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날 회의에서 국회가 합산규제 문제를 질질 끄는 형태로 가져가면 채권단이 차입금 만기 연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

딜라이브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해외 미디어 서비스가 국내에서 급속도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종합유선방송사(SO, 케이블TV)들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면서 "그나마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워 해외 사업자에 대항하려고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국회가 나서서 규제를 풀어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규제를 더 강화하는 합산규제 재도입을 논의하다니 유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도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는 궁극적으로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규제 해소와도 맞닿아 있다"면서 "불과 1~2년전만 해도 IPTV 업계 성장으로 인해 합산규제나 점유율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넷플릭스처럼 아무런 규제 없이 국내에서 몸집을 키워나가는 미디어 플랫폼에 대응하려면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는 장기적으로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