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법원 "국민카드, '불법파견' 운전기사 직접 고용하라"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2 14:32

수정 2019.07.12 14:32

국민은행·카드서 2년 넘게 임원 운전기사 업무
근로계약 종료 후 5년 지나 국민카드 상대 소송 제기
5년치 미지급 임금 및 고용 시까지 매월 500만 지급 판결
사진=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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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카드에서 2년 넘게 임원 운전기사로 일했던 용역업체 소속 직원들에 대해 국민카드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들이 국민카드에서 근무한 기간은 파견법상 직접고용 의무규정이 발생하는 2년을 못 채웠지만, 국민카드가 국민은행의 사용사업주 지위를 이어받았으므로 양사에서 일한 기간을 모두 합쳐야 한다는 판단이다.

■"불법파견 국민카드, 직접 고용하라"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박성인 부장판사)는 A씨 등 2명이 국민카드를 상대로 낸 고용의무이행 등 소송에서 “국민카드는 A씨 등에게 고용의사를 표시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또 이들이 고용됐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약 5년치 임금 약 1억2300여만원과 1억5300여만원을 각각 지급하고, 2018년 8월부터 이들을 고용하는 날까지 매월 51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 등은 용역업체를 통해 2011년 2월 21일~28일까지 국민은행 임원 운전기사로 일했다. 당시 국민은행 관계자와 해당 임원들이 이들에 대한 면접을 진행했다.
이후 국민은행이 신용카드사업 부문을 분할해 국민카드가 설립됐고, A씨 등은 국민카드로 자리를 옮긴 임원들의 운전기사로 2013년 2월 28일까지 근무했다. 이들은 용역업체로부터 업무지시나 감독을 받지 않았고, 국민카드 소속 무기계약직 운전기사들과 사실상 같은 업무를 수행했다.

A씨 등은 계약이 종료된 지 약 5년이 지난 2017년 10월 국민카드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어겼다며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파견법은 파견근로자가 소속 근로자들과 같은 업무를 2년 이상 수행했다면 사용주가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카드 측은 “국민카드는 2011년 3월 2일 설립됐고, 이들은 2013년 2월 28일까지 근무했으므로 파견기간이 2년을 넘지 않아 고용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법원 "국민카드가 사용주 지위 승계"
법원은 A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 등에 대한 국민은행의 사용주 지위가 국민카드에 승계됐으므로 A씨 등의 실제 파견기간은 2011년 2월 21일부터 2013년 2월 28일까지로 2년이 넘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둘 이상의 사업을 영위하던 회사의 분할에 따라 일부 사업부문이 신설회사에 승계되는 경우 신설회사는 분할하는 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며 “사용주 지위 역시 승계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 분할에 관한 법리에 의하지 않더라도 국민카드는 2011년 3월 2일 국민은행과의 묵시적 합의에 따라 A씨 등에 대한 사용주 지위를 승계했고, 용역업체 및 A씨 등도 이에 동의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국민카드는 A씨 등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서 이들이 고용 시 받았을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국민카드는 2013년 3월부터 2018년 8월까지 기간 동안 A씨 등이 다른 직장에서 벌어들인 임금을 뺀 나머지 미지급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민카드는 “A씨 등은 근로계약 종료 후 약 4년8개월간 어떤 권리 주장도 하지 않다가 소송을 제기했다”며 이는 실효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 등이 2012년 8월 국민은행을 상대로 근로자파견관계의 성립을 주장하면서 낸 소송의 확정판결이 2017년 3월 나온 점 등을 들어 “근로자들로서는 이 사건의 최종 결과를 지켜본 후 소송을 제기할 유인이 있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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