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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지금이 러시아산 불화수소 수입을 논의할 때인가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2 17:39

수정 2019.07.1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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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부가 불화수소(에칭가스)를 한국 기업에 공급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12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러시아 측이 외교라인을 통해 불화수소 공급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안다"고 보도했다. 일본산이 아베 정권의 수출규제로 발이 묶였으니 대체재로 러시아산을 수입해서 쓰라는 얘기다. 에칭가스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다.

대체재 확보가 나쁠 건 없다. 일본이 끝내 규제를 풀지 않으면 삼성전자 등은 당장 다른 데서 소재를 구해야 한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 총수 간 간담회에서도 "화학분야에 강점이 있는 러시아, 독일과 협력을 확대할 필요성 있다"는 말이 나왔다. 반도체 소재·부품은 대일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일본의 경제보복을 계기로 이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종래 일본도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자 대체재를 구하려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다만 현 시점에서 러시아산 에칭가스를 대체재로 거론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한·일 관계를 총체적으로 정상으로 되돌리는 게 급하다. 특사를 보내든, 미국에 중재 역할을 요청하든 외교력을 총동원해 뒤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설사 러시아산을 수입해도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 적용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제품의 질부터 따져봐야 한다. 결정적으로 에칭가스만 확보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일본은 3개 품목에 이어 추가 보복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새 규제 품목이 나올 때마다 대체재를 확보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덧붙여 한국이 대체재 확보에 나섰다는 것을 세상에 대고 떠들 필요조차 없다. 이런 작업은 물밑에서 조용히 진행하는 게 낫다. 공연히 일본을 자극하고, 국제 소재 값만 올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싫든 좋든 한국 경제는 구조적으로 일본 경제와 얽혀 있다. 러시아산 에칭가스와 같은 대체재 확보는 나중의 일이다.
지금 당장은 한·일 관계 정상화가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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