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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재 확보가 나쁠 건 없다. 일본이 끝내 규제를 풀지 않으면 삼성전자 등은 당장 다른 데서 소재를 구해야 한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 총수 간 간담회에서도 "화학분야에 강점이 있는 러시아, 독일과 협력을 확대할 필요성 있다"는 말이 나왔다. 반도체 소재·부품은 대일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일본의 경제보복을 계기로 이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종래 일본도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자 대체재를 구하려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다만 현 시점에서 러시아산 에칭가스를 대체재로 거론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한·일 관계를 총체적으로 정상으로 되돌리는 게 급하다. 특사를 보내든, 미국에 중재 역할을 요청하든 외교력을 총동원해 뒤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설사 러시아산을 수입해도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 적용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제품의 질부터 따져봐야 한다. 결정적으로 에칭가스만 확보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일본은 3개 품목에 이어 추가 보복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새 규제 품목이 나올 때마다 대체재를 확보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덧붙여 한국이 대체재 확보에 나섰다는 것을 세상에 대고 떠들 필요조차 없다. 이런 작업은 물밑에서 조용히 진행하는 게 낫다. 공연히 일본을 자극하고, 국제 소재 값만 올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싫든 좋든 한국 경제는 구조적으로 일본 경제와 얽혀 있다. 러시아산 에칭가스와 같은 대체재 확보는 나중의 일이다. 지금 당장은 한·일 관계 정상화가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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