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80대 노인 치여 사망했는데...벌금 200만원?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5 13:17

수정 2019.07.15 13:43

지난해 8월, 오토바이가 노인 치여 사망 
수사당국, '6주 진단서' 이유로 과실치상 혐의 적용
결국 가해자 벌금 200만원 약식명령
유족들 "부실 수사" 반발 
담당 수사관 "진술조서에 위중한 상태 적어" 해명
"분명히 수사관도 어머니가 위독한 걸 봤습니다"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떠나보낸 故임옥금씨의 아들 한원봉씨(56)는 자신이 손수 적은 사건 기록을 들춰보며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죽인 이XX이 벌금형?' 그의 수첩에는 아들로서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이 적혀있었다.

사건 발생 당시 CCTV/사진=故임옥금씨 유족 제공
사건 발생 당시 CCTV/사진=故임옥금씨 유족 제공

■교통사고 사망에 벌금 200만원?
15일 수사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2일 오전 7시30분께 임씨는 경기 의정부 제일시장 앞 2차선 횡단보도를 건너다 달려오는 오토바이에 치였다. 당시 임씨는 거동이 불편해 보행보조기를 이용했다. 가해자인 이모씨(47)는 제한 속도인 시속 50km를 훌쩍 넘는 시속 65km로 오토바이를 몰았다.

사고 직후 의정부 성모병원으로 후송된 임씨는 10시간에 걸쳐 고관절, 대퇴부, 정강이 뼈 등에 대한 접합 수술을 받았다.
그럼에도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임씨는 의식이 돌아오지 못한 채 지난 2월 세상을 떠났다. 그동안 병원비만 2억1000만원이 나왔다.

문제는 가해자 이씨에 대한 처벌이었다. 지난해 11월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이씨를 상해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이씨를 약식기소했고 법원은 지난 1월 벌금 200만원 약식명령을 내렸다.

유족들의 억장은 무너졌다. 한씨는 "가해자는 어머니가 병원에 있는 동안 단 한번도 사과나 합의를 하지 않았다"며 "약식명령 재판 결과도 선고가 몇 주 지나고 나서야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故임옥금씨 아들인 한원봉씨가 자신이 적은 사건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이진혁 기자
故임옥금씨 아들인 한원봉씨가 자신이 적은 사건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이진혁 기자

유족들은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수사관이 어머니의 상태를 직접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치 6주 진단서를 검찰 송치 자료로 제출했다는 것이다.

유족에 따르면 사건이 12주가 지난 지난해 11월 4일 의정부서 소속 A수사관은 임씨의 처벌의사를 확인한다며 의정부 성모병원 중환자실을 방문했다. 첫 피해자 조사였다. 당시 임씨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고 그럼에도 수사관은 처벌의사를 받아갔다. 검찰 송치 자료에는 6주 진단서가 증거 자료로 제출됐다.

이에 한씨는 "어머니의 상태를 직접 봤음에도 6주 진단서를 내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해당 진단서는 사건 발생 이후 수사관이 진단서를 내라고 재촉해서 낸 것"이라며 "병원 측에선 상태가 심각해 진단서 발급이 어렵다고 해 사건 접수 당시 보험회사에 제출한 진단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진술 조서에 위중한 상태 서술"
유족들은 구제 방안을 동원했지만 모두 여의치 않았다. 한씨는 지난 3월 검찰에 이씨에 대한 재수사를 원한다며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전문가들도 수사 과정에서 의문을 제기했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피해자에 대한 사정변경이 생기면 송치 이후에도 수사지휘를 결재 받아 재수사를 하는 게 정상"이라며 "피해자의 상태를 봤음에도 송치를 한 점이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관도 약식명령을 받은 사실이 예상치 못한 결과라는 입장을 보였다.


A수사관은 "어머니의 위중한 상태를 보고 진술 조서에서 어머니의 위중한 상태를 충분히 서술했다"며 "정식 재판을 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약식명령이 나와 개인적으로 놀랐다"고 해명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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