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삼성·SK, 日 수출규제 전략 온도차

조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5 19:08

수정 2019.07.15 19:08

삼성전자 경영진 총출동 ‘공중전’
SK하이닉스 물밑서 대응 ‘수중전’
업계선 "외교적 근본 해법 찾아야"
일본의 수출규제 파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메모리반도체 1,2위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응이 차이를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공개적으로 전면에 나서는 '공중전'을 선택한 반면 SK하이닉스는 실무진을 중심으로 물밑 작업에 집중하는 '수중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본 정부가 강화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 장기화에 대비해 원재료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강화 실행 이후 구매 담당자들을 현지에 급파해 물량 추가확보에 나섰고, 고객사들에게 차질 없는 생산을 약속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두 회사가 생산 공백을 사전에 방지하고, 고객 신뢰 유지를 위해 소재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나서고 있지만 최고경영진의 행보 등에서 전략 방향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삼성전자는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사태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일본 출장 후 이 부회장은 반도체(DS) 및 디스플레이 부문 최고경영진과 사장단 회의를 열었고, 일본 수출규제 장기화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주문했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본격화하자 이 부회장이 전사 차원에서 해결 대책 마련을 주문하면서 동시에 전략을 진두지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고 경영진이 공개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전면에 나서면서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내부적으론 경각심을 키우고, 대외적인 협상을 강화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실무진 중심으로 소재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가 한일 양국 간 정치·외교적인 문제가 발단이 된 만큼 개별 기업 차원에서의 움직임이 부각되지 않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최태원 SK회장,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 등 최고경영진은 현재까지 일본 현지 출장을 계획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응 전략 차별화와 더불어 두 회사가 가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상의 기술력 차이로 인해 '온도차'가 나타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정부가 극자외선(EUV) 등 초미세공정에 사용되는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와 고품질 포토레지스트(감광제)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지난 4월 EUV 7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제품 생산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양산체제를 갖춘 반면 SK하이닉스는 현재 양산 단계보다는 연구개발(R&D)용으로 일본산 소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져 소재 확보에 대한 민감도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한편 업계에선 개별 기업들의 대응책 마련은 미봉책이라며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소재 확보와 관련한 대응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를 꺼려할 만큼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이라며 "양국이 외교적인 대화로 조속히 근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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