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직장인의 경제학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2 17:23

수정 2019.07.22 17:23

[기자수첩] 직장인의 경제학
"영어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영어학원 보내고, 영어만 하면 한글 실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논술학원 보내고, 그러다보면 감성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피아노학원 보내고, 또 체력이 부족할 수 있으니 태권도학원 보내면 돼요. 그러면 여러분은 최종적으로 영어를 잘하는 직장인, 태권도·피아노·글을 잘 쓰는 직장인이 돼요."

KBS 2TV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 중에 사마귀유치원이라고 있었다. 개그맨 최효종이 사교육을 풍자하는 내용이었다. 어릴 때 학원 쇼핑을 해봤자 결국 우리는 그냥 '직장인'이 된다는 거였다.

맞다. 대부분은 다 직장인이 된다. 하지만 그냥 직장인이 아니다.
한국 경제를 만드는 주축이다. '산업 역군'이란 단어가 틀리지 않는다. 기업이 나라 경제를 만들고 유지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사실 신입사원이 되어 처음 맞닥뜨리는 사회는 상상과 차이가 크다. 엑셀을 채운다거나 서류를 정리하는 등 단순 작업이 많다. 학교에서 가르치던 '훌륭한 사람'과는 많이 다르다. 한 취업포털에 따르면 직장인 절반이 1년 이내에 퇴사한다고 한다. 기업이미지와 실제로 맡는 일의 간극이 크다는 대답이 제일 많다. 일부 학과를 제외하면 기업에 들어올 때까지 기업을 제대로 배우는 경험은 거의 없다. 세금을 탈루하거나 직원들에게 갑질을 해대는 파렴치한 기업인들만 뉴스를 통해 접할 뿐이다. 기업이, 기업인이 뭘 한다고 하면 자동적으로 반감을 가지게 되는 것도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중소기업을 취재하면서 적잖이 놀란다. 품질에 대한 고집, 소비자에 대한 신념, 나라 경제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사명감까지 소위 '기업가 정신'을 현장에서 보게 된다. 설거지할 때도 주변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물 떨어지는 소리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는 싱크볼기업, 공책 표지에 눈을 힐링시키는 기술을 적용하는 문구기업 등 끊임없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소비자가 신경도 쓰지 못할 디테일까지 챙기는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기업도 많다.

기업은 곧 우리 경제다.
직장인들은 모두 경제를 이루는 세포다. 경제가 제대로 돌기 위해서는 세포가 가장 중요하다.
국내총생산(GDP)이 1800조원이니, 나라 예산이 500조원이니 하는 것이 남의 얘기가 아니다.

psy@fnnews.com 박소연 산업2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