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완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규제자유특구에서 수도권을 뺀 것이 과연 잘한 일인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규제정책마저도 지역 균형발전의 하위변수로 다룬다. 하지만 벤처는 인재와 기술이 모인 클러스터에서 꽃을 피운다. 수도권을 쏙 뺀 규제자유특구가 앞으로 제 기능을 다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특구를 남발하는 것도 썩 좋은 일은 아니다. 김대중정부는 2003년 인천, 부산·진해를 시작으로 경제자유구역(FEZ) 정책을 폈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경제자유구역은 전국을 빙 둘러 모두 8곳이 지정됐다. 특구는 희소성이 생명이다. 방방곡곡 특구를 두면 그것은 더 이상 특별한 구역이 아니다. 노무현정부 때는 공기업 지방 이전과 더불어 기업도시, 혁신도시로 전국이 시끌벅적했다. 박근혜정부는 대기업을 앞세워 전국 19곳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세웠다. 문재인정부는 이 위에 규제자유특구 7곳을 더한 셈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무슨 특구, 무슨 도시, 무슨 센터를 짓겠다고 하지만 규제를 풀어달라는 재계의 호소는 끊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정부의 특구정책이 정치적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실제 기업이 바라는 규제를 풀기보다는 지역을 순회하며 생색을 내는 데 더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특구도 좋다. 하지만 의료법을 개정하고 서비스산업기본법을 만들고 '타다'와 같은 신산업이 시장에 정착하도록 장벽을 허무는 게 더 급하다.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초고순도 불화수소 기술을 개발하고도 8년째 썩히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특구를 만든다고 이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첨단 화학물질 개발과 상용화를 가로막는 관련 법과 규정을 바꿔야 혁신기술이 빛을 볼 수 있다. 특구 지정했으니 할 일 다했다고 정부가 손을 놓는 일만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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