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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세계 반도체 공급망 흔들리면 日 책임이 크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6 17:44

수정 2019.07.26 17:44

한·일 통상갈등이 국제 반도체 공급망을 어지럽힐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세계 1위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가 합쳐서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60% 이상을 공급한다. 일본이 소재를 공급하면 한국은 생산하고, 미국은 이를 소비하는 분업체계다. 하지만 일본이 소재 공급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이 협업시스템이 삐걱거리고 있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크게 두 갈래다. 정치권은 신중 모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나에게 관여를 요청했다"며 "아마도 (한·일) 둘 다 원하면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어느 편을 들지 않고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한·미·일 3국 의원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의원단은 "(미국 의원들이) 미국이 직접 관여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 양해를 구했다"고 전했다.

반면 경제·산업계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일본, 한국에서 물러서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가 아니다'라는 연구원 칼럼을 홈페이지에 실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등 6개 전자산업 관련 단체는 일본의 수출규제를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정책 변경'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CNBC는 22일자 분석기사에 '한·일 갈등이 스마트폰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제목을 달았다. 두 나라가 싸우는 동안 중국만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AEI는 '5G 이동통신산업에서 중국의 지배력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내달 2일 각의에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을 의결한다. 예상대로 화이트국가에서 한국을 빼면 수출규제 품목은 현재 3개에서 최대 1100개 넘는 전략물자로 확대된다. 화이트리스트엔 현재 한국·미국 등 27개국이 올라 있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상대국 순위를 보면 한국은 중국·미국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전체 수출량의 7.1%가 한국으로 간다. 이런 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빼는 것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둘러싼 과거사 보복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

해외에선 한·일 통상마찰이 상호확증파괴(MAD)를 부를 것으로 우려한다. 둘 다 지는 루즈·루즈(Lose-Lose·CNBC) 게임이라는 것이다.
해결의 실마리를 쥔 두 나라 정치인들이 냉정을 되찾을 때다. 일본은 보복을 철회하고, 한국은 중재에 응해야 한다.
늑장 부리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무너지면 비난의 화살은 두 나라 모두에 쏟아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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