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진의 글로벌 워치]

외교는 실질적 이해를 목표로 해야

2000년대 초 민주주의 국가 간에 경제적으로 급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입장을 놓고 여러 국제무대에서 큰 혼란이 있었다. 20년 후 현재 유사한 경쟁이 더 광범위하고 엄중하게 전개되고 있다. 탈세계화 확산, 미·중 무역전쟁, 인도태평양전략 대 일대일로 경쟁 등 경제를 넘어 안보, 체제, 패권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의 전략물질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협박,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침범 등 여러 갈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격변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지경·지정학적으로 상대적 약소국인 우리를 위해 적극 나설 나라는 거의 없다. 중재·조정 능력이 있는 미국은 전략적 이유로 관심이 없다. 현재 WTO 내 일부 지지는 어디까지나 비공식 도덕적 지지에 불과하다. 한·일 정상이 직접 만나 해결책을 찾는다면 최고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제여론전에 집중한다지만 국제여론이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게다가 향후 양자 및 다자 간 유사한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일 양자 간 그리고 다자 간 다져진 정치·외교적 토대 위에 우리 입장에 대한 실질적 이해를 높이는 것이 필수다.

첫째, 다양한 외교채널을 활용한 상시교류가 정말 중요하다. 주요국 정부, 정치권, 싱크탱크·학계, 언론, 기업, 시민사회 등과 수시 교류 및 의견교환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둘째, 위기일수록 조용하고 실속 있는 외교가 필요하다. 중요한 만남일수록 소리도 사진도 없다. 결과는 구체적 공식성과로 나타난다. 워싱턴, 베이징, 도쿄, 모스크바, 파리에서도 조용하고 논리적 외교활동이 우선이다. 상대 인식의 기울기에 균형감을 고취하는 게 목표여야 한다.

셋째, 책임 있고 합리적인 나라로 인식돼야 한다. 그동안 개도국 지위를 고집했던 WTO에서 일본의 부당함을 호소한 것을 회원국들은 얌체외교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넷째, 주요국 언론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관계(Rapport)를 쌓아야 한다. 국내 상주 외신뿐 아니라 비상주 외신을 공관 혹은 관련부처에서 직접 찾아가 관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 이를 주도하는 청와대와 부처의 외신대변인은 언어와 콘텐츠를 모두 겸비한 전문가이기 바란다.

다섯째, 북한 문제와 한류 홍보에 매몰된 우리의 해외홍보도 경제·안보 이슈와의 균형감을 찾아야 한다. 언어와 콘텐츠가 잘 버무려져야 제대로 된 해외홍보가 가능하다. 충실하고 균형 있는 해외홍보를 위해 현재 해외문화홍보원의 위상과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 바란다. 또한 현재의 외교관 및 공무원 선발 경로를 다변화해 실력 있는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


전략적 사고와 유연한 외교활동에 이념의 자리는 없다. 진영논리를 초월해 인재를 등용하는 용기와 대범함 그리고 자신감을 보고 싶다. 진영을 떠나서 경험과 능력을 갖춘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대통령과 정부를 기대해본다.

kjsong@fnnews.com 송경진 FN 글로벌이슈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