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부동산과 금융, 그리고 정치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01 17:33

수정 2019.08.01 17:33

[기자수첩] 부동산과 금융, 그리고 정치
금융부 출입기자 시절 우리나라 금융정책 수장과 점심 자리에서 물었다. "현재 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달한다. 폭탄이 터질 수 있다고 하는데 대출규제 등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지만 대출과 부동산으로 지탱되는 한국 경제에서 부동산 시장이 죽으면 경제가 죽는다. 부동산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 미만으로, 대출규제를 하려면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다른 부처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그때보다 200조원이 더 늘어난 1500조원이다.


문재인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부동산 시장을 옥죄고 있다. 초강력 대출규제로 서울에서는 집을 살 때 대출이 40%밖에 나오지 않는다. 소득이 많고 상환여력이 충분한 서울에 사는 직장인 부부는 대출규제 때문에 집을 살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건설사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소식에 "시장 경제를 역행하고 집값 폭등을 부를 수 있다"고 말한다.

부동산 옥죄기 정책으로 집 못 사는 무주택 신혼부부, 수익성 떨어진 건설사, 세금을 많이 내게 된 다주택 부자들 모두에게 욕을 먹으면서도 이 정부는 왜 부동산 옥죄기 정책을 고집할까. 앞선 정부처럼 빚내서 집 사라고 권장하고, 강바닥 파헤쳐 대국민 일자리도 만들고 건설사도 돈 벌면 좋은 일 아닐까. 비록 거품일지라도 각종 토건사업과 대규모 SOC사업을 과감하게 추진해 경제성장률이 올라가면 국정운영 홍보도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 같은 비난 여론에 맞서며 정부가 어려운 길을 가는 이유는 뭘까. 대출규제도 풀어주고, 새로 짓는 아파트 건설사에서 자율적으로 분양가도 정하게 하고, 각종 세금도 줄여서 집 한 채 잘 사면 서민도 부자 되는 길을 막는 이유 말이다. 이렇게만 하면 주택공급도 풍부해지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적정 분양가도 형성되고, 가계자산 증가로 경제도 살릴 텐데 말이다.
잘은 모르지만 과거의 경험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 아닐까.

얼마 전 만난 국가건축정책위원회 한 민간위원은 부동산은 물론 도시 형성에서도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성세대와 정치인들이 미래세대가 누려야 할 여러가지 가치들을 당겨 쓰고 있다"며 "이를 디퓨처링(탈미래화)이라고 하는데 결국 이를 해결하는 것도 정치·시민의 견제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이 총선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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