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셰일에너지가 바꿔놓은 안보 판도

미국과 중국의 해상주도권 경쟁이 남중국해를 포함한 태평양에서 점차 서쪽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캄보디아가 리암에 위치한 자국 해군기지를 중국군이 사용할 수 있도록 비밀리 협정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저널이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중국은 30년간 군병력과 무기, 함정을 배치할 수 있으며 그 후 자동적으로 10년씩 연장하도록 지난 봄 합의했다는 것이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거짓뉴스'라고 부인했다. 훈센 총리도 캄보디아 헌법에는 외국군이 주둔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 군당국은 중국군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24.8㏊ 규모인 기지를 내외신 기자 70여명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의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국은 리암에서 약 64㎞ 떨어진 다라사코르에 자국 업체를 동원해 공항을 건설 중이다. 중국은 이 공항을 자국 관광객 30만명이 이용할 것이라고 하지만 서방 전문가들은 활주로 길이를 볼 때 장거리 폭격기 이착륙이 가능해 군사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의심한다. 중국은 리암 군사기지와 다라사코르 공항을 통해 믈라카해협과 태국·싱가포르·베트남을, 넓게는 호주까지 작전범위 안에 넣을 수 있게 된다.

중국은 캄보디아에 막대한 원조를 제공하면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캄보디아 인프라 건설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했고, 수도 프놈펜과 시아누크빌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시아누크빌은 경제권 90%가 중국 손에 넘어가면서 주민 반발도 커지고 있다.

캄보디아 내 중국 군기지 건설 보도가 나온 지 불과 닷새 뒤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미국이 스리랑카와 해군기지 사용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총리는 영구적 계획은 없다고 부인했으며 미국측 관계자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현지 일간지가 미국이 스리랑카와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협상 중이라고 보도해 총리를 난처하게 했다.

스리랑카 또한 캄보디아처럼 중국이 큰 투자를 하고 있는 곳으로 중국은 항구도시 함반토타에 15억달러를 투자했으며 고속도로 건설에 9억8400만달러의 차관을 제공했다. 건설비 상환 부담이 커진 스리랑카는 중국이 이곳을 99년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중국은 지난 2017년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길목에 위치한 아프리카 북동부의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개설했다. 미국은 중국군 기지로부터 불과 10㎞도 안 되는 곳에 아프리카 대륙 유일의 군기지를 운영 중이며 프랑스와 일본, 이탈리아도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자국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기지를 두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세계 에너지시장은 미국의 셰일 석유·가스 증산에 판도가 크게 바뀌었다. 최근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과 서방국가 간 긴장에도 유가 변동성이 크지 않는 등 과거와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이로 인해 미국은 페르시아만 대신 인도양으로 더 눈을 돌릴 수 있게 됐다. 2년 전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후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개편돼 작전범위를 인도까지 넓힌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중국은 다른 국가들처럼 미국의 페르시아만 군사활동 덕에 석유를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자국 유조선의 경비를 앞으로 직접 맡을 것을 요청했다. 내년에 순에너지 수출국이 예상되는 미국과 달리 계속해서 석유·가스를 중동 지역에서 수입해야 하는 중국은 에너지의 원활하고 안전한 수송에 앞으로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셰일에너지가 중동과 인도양의 안보까지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글로벌콘텐츠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