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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아베의 무모한 결정, 한국을 얕보지 마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02 18:04

수정 2019.08.02 18:04

일본이 끝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아베 총리 내각은 2일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백색국가에서 빠지면 일본에서 전략물자를 수입할 때 건건이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맘만 먹으면 일본 정부가 언제든 수출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일본이 더이상 한국을 신뢰할 만한 나라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베 신조 총리의 결정은 이해하기 힘들다. 일본은 '안보상 이유'를 댔다. 하지만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이러니 이번 조치는 지난해 한국 대법원이 내린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답지 않은 옹졸한 처사다.

한·일 관계는 지난 1965년 수교 이래 반세기 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우리는 집권 7년차를 맞은 아베 총리 시절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주목한다. 주지하다시피 아베 정권은 우경화 색채가 짙다.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군사 재무장은 아베 총리의 오랜 꿈이다. 그러나 아베 정권이 한국을 예전의 만만한 나라로 알았다간 큰 오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긴급 국무회의에서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던 질서는 과거의 유물일 뿐"이라며 "오늘의 대한민국은 과거의 대한민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이 말을 귓등으로 듣지 않길 바란다.

다만 전쟁 중에도 협상은 한다고 했다. 우리는 한·일 양국이 외교적 해법을 찾는 노력만은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두 나라가 싸울 이유가 하나라면 협력할 이유는 적어도 열 개는 된다. 특히 경협이 그렇다. 싫든 좋든 한·일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밀접하게 얽힌 분업구조 아래서 움직인다. 한쪽이 다치면 상대방도 다친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서명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다시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마치 오늘과 같은 일이 있을 줄 알고 두 사람이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하다.

한·일 관계는 늘 가시밭길을 걸었다. 그럼에도 지난 수십년간 두 나라 지도자들은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꾸준히 내디뎠다.
지금 같아선 아예 쪽박마저 깨지 않을까 걱정이다. 강제징용 배상과 수출규제를 둘러싼 공식 협상은 아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앞으론 물밑 협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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