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

글로벌 무역전쟁과 아베정부의 몽니

역사상 중요한 무역품이었던 차(茶)는 전 세계 패권국가 간 전쟁을 일으킨 주범이었다. 19세기 세계 최강국이었던 영국과 중국의 아편전쟁도 사실 어찌 보면 차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전쟁 발발 당시 영국에 대한 중국의 최대 수출품은 차였다.

차를 매일 마시는 영국인들은 중국산 차 수입물량을 결제할 은(銀)이 부족했다. 이에 따라 영국은 중국에 아편을 수출해 무역적자를 해소하려 했고, 중국 정부가 영국이 수출하는 아편을 불태우면서 전쟁이 벌어졌다.

또 미국 독립전쟁의 시발점이 된 보스턴차 사건도 마찬가지다. 영국 정부의 과도한 세금 징수에 반발하면서 1773년 12월 16일 보스턴항에 정박한 배에 실려 있던 영국 홍차 상자들을 바다에 내버렸다. 이는 미국 독립전쟁의 시발점이 됐다. 그래선지 차를 주로 마시는 영국인과 달리 미국인들은 커피를 주로 마신다는 점은 흥미롭다. 미국의 상징인 스타벅스 커피는 어찌 보면 미국 독립의 유산이라고 볼 수도 있다.

국가 간 무역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 IT기업 화웨이의 백도어 정보수집 의혹을 걸고 넘어졌다. 중국에 대한 무역장벽을 높이자 중국도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면서 G2 간 충돌이 빚어졌다.

무역봉쇄가 일촉즉발의 위기가 되기도 했다. 최근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다시 강화하자 드론 피격 등의 무력충돌이 빚어졌다. 북한은 미국의 장기 경제봉쇄에 핵무장 카드로 맞대응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뒤질세라 동북아 패권국가를 노리는 일본도 최근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장벽을 높이면서 숨긴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국에 무역보복을 시작한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는 A급 전범이었고, 고조부인 오시마 요시마사는 1894년 고종을 겁박한 장본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선지 아베 정권의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이 더욱 달갑지 않다.

사실 일본이 무역규제에 나선 반도체 소재인 에칭가스(불산)은 그다지 최첨단 제품은 아니다. 황산, 염산 같은 강산의 일종이다. 다만 위험성이 엄청나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수다. 일본 입장에선 한국의 반도체산업을 위해서 위험이 큰 불산을 공급해왔다는 게 어쩌면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일본이 정말 국내 1위 수출기업 삼성전자를 압박하려 했다면 대당 최대 수천억원에 달하는 반도체 장비 수출에 대한 장벽을 높였을 일이다. 아베 정부는 일본 반도체 장비산업에는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심산이다.

전범국가 일본은 무역이라는 지렛대를 이용해 한국 경제를 힘들게 하면서 조금씩 옥죄고 있다. 이 같은 아베 정부의 몽니는 주일대사를 불러서 호통을 치는 외교적인 결례로까지 이어졌다. 무역전쟁 수법은 예나 지금이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우리에겐 임진왜란때 내분으로 이순신 장군을 유배 보냈던 시린 아픔의 역사가 있다. 일본이 촉발시킨 신 한·일무역전쟁에선 정치권이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냉정하고 침착한 우리 정부의 대처와 정치권의 단합된 대응을 바란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생활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