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지자체 통일 역량 강화의 필요성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04 16:38

수정 2019.08.05 10:01

[특별기고]지자체 통일 역량 강화의 필요성
지난달 24일 통일부는 전국 17개 시·도지사들과 지자체를 남북교류협력 주체로 명시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지자체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상 남북협력사업의 주체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또한 통일부는 지자체 등의 남북교류협력을 지원하기 위해 남북협력기금 등 행정·재정적 지원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분권'과 '협치'의 국정 운영 방침을 통일 분야에 보다 본격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고 본다.

우리 헌법 전문의 '평화적 통일의 사명' 선언과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정책 추진' 등에 비추어 볼 때, 지자체 역시 헌법상 평화통일책무의 수범자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인식 하에 2009. 10. 19. 통일교육지원법 제6조가 개정되어 종전에는 통일교육을 '정부의 임무'라고만 규정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라고 변경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통일 분야는 중앙정부만의 일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독일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중앙정부의 힘만으로는 통일 과정과 통일 후 부딪히게 될 수많은 사안을 모두 대처할 수는 없다. 따라서 미리 지자체의 통일 역량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통일 전 동서독 도시간 자매결연은 동서독 주민간의 유대감을 증진시켰고, 상대방 도시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켜 통일 문제를 국가적 문제라고만 생각하던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게 하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게 하였다. 또한 교류협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동독으로 유입된 지방자치이념은 동독주민들의 정치인식을 변화시키고 민주주의 의식을 고취시키는데 기여하였다고 평가되고 있다. 또한 통일 이후 2년 만에 체결된 약 2000개의 도시간 자매결연은 동서독 사회를 통합시키는 데 매우 큰 기여를 하였다.

이러한 동서독 통일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남북의 도시 상호간 교류협력은 통일 전후의 사회 경제적 혼란을 완화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지역주민의 참여를 확대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는 데 유익하며, 민간단체보다 더 안정적인 재정하에 추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지방행정조직과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면 남북 간의 지역적 관계성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북한사회의 다원화를 촉진하고 통일 후 각 분야의 통합에도 대비할 수 있다.

물론 서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지자체별로 통일 논의가 이루어지고 다원화될 경우 남한 내부의 갈등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의 역할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는 통일 문제가 그 물적·인적 측면에서 단순히 중앙정부 차원에서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역량을 총동원해야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즉, 미리 지자체의 통일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

우리 지자체의 경우 지난 2000년대 초반의 남북교류협력활동으로 어느 정도 역량이 쌓이기도 했으나, 상대적으로 중앙정부에 비해 정보가 부족한 점 등의 원인으로 과잉 경쟁, 이벤트성 사업 등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분석하여 이번 통일부와 지자체간의 협약에서 지자체의 교류협력 주체성을 보다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협의기구 정비, 재정지원, 지자체의 특수한 지위를 인정한 특례조항 신설, 지자체 공무원 교육, 지자체 내부의 독립적 추진기구 설치 등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넘어 지자체의 총체적인 통일 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법제 정비에 힘을 써야 한다.

송인호 한동대 통일과 평화연구소장·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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