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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이순신에게 누가 12척만 남겨주었나?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05 17:08

수정 2019.08.05 17:08

[fn논단]이순신에게 누가 12척만 남겨주었나?
광복절을 앞두고 북한의 군사위협과 일본의 침략성 수출규제, 주한미군 부담금과 북핵해법 등을 둘러싼 미국과의 이견, 중국과 러시아의 상습적 영공침해까지 주변 열강들과의 문제들이 한꺼번에 발생하면서 우리나라가 복합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은 경제와 안보, 외교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어느 것 하나 합의된 의견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과거와 현재, 미래의 문제를 뒤섞어서 편 가르기에 몰두하고 있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우리는 이순신을 떠올린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이 남아 있습니다!"라며 12척의 배로 300여척의 적함을 물리쳐 나라를 구한 그는 특히 일본과의 관계가 뒤틀릴 때면 우리 국민에게 힘과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유례없는 이번의 복합위기도 이순신에게서 그 답을 찾아보았으면 한다.

먼저, 왜 전쟁을 막지 못했나 하는 부분은 교훈으로라도 짚어보아야 한다.
일본이 임진년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첩보는 다양하게 보고됐다. 심지어 통신사를 파견해 현지 상황을 파악하기까지 했다. 서인인 황윤길의 전쟁대비가 필요하다는 보고보다 조정을 장악한 동인인 김성일의 안심해도 된다는 보고에 따라 민중을 안심시켰다. 이 안심이 전란을 방조했고, 민중은 생명과 삶의 터전을 잃었다. 나라를 지키는 데 희망적 예측은 없다.

다음은 전쟁이 벌어졌을 때에 정확한 상황판단으로 필요한 인재를 사용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 임진년 첫 전쟁에서도, 정유년 두 번째 전쟁에서도 적군의 전략과 전력을 알지 못했다. 과소평가해 방비를 허술하게 하다 성을 빼앗겼고, 과대평가하여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하기도 했다. 적이 두려워하는 이순신의 날개를 묶어뒀고, 현장도 모르는 왕의 명령만 �i는 원균에게 이순신이 운용하던 150척 이상의 전함을 맡겨서 12척만 남겨놓았다. 전쟁 상황에서 편 가르기는 패망이다. 전문가와 경험자들이 나서야 한다.

그리고 고난을 이겨내야 할 국민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12척의 배 외에 군사도, 무기도, 군량도 공급받지 못한 이순신은 삼남지방을 돌아다니며 육군이 도망가며 버려둔 무기와 군량을 모았다. 피난가고 도망가던 군사들을 모았다. 절망하고 포기했던 마음들을 위로하고, 12척만 있으면 적선이 수백척이라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그렇게 그의 군영에 모여든 민중은 목숨을 걸고 싸웠고, 그를 위해 크고 작은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 힘이 뭉쳐 이순신의 승리를 만들어냈다.

일본의 군사대국을 향한 야망도, 북한의 장사정포와 미사일 위협도, 우리 국민은 늘 그랬듯이 틀림없이 이겨낼 것이다.
다만 우리가 '국민이 주인'인 시대를 살고 있다면, 이제는 '우리에겐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다'는 독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배가 12척밖에 남지 않은 이유가 뭐며, 어떻게 반복되지 않게 할 것인지 그리고 그 배를 누구에게 맡겨서, 어떻게 싸워 이길 수 있는지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 시기를 온몸으로 이겨나가야 할 우리 국민이 믿고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헌수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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