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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불안한 금융시장, 한·일 확전 자제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05 17:08

수정 2019.08.05 17:08

주가는 내리고 환율은 뛰고
시장 경고음에 귀 기울이길
금융시장이 영 불안하다. 주가는 내리고 환율은 뛴다. 안전자산인 금값도 올랐다. 지난 2일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뒤 이런 현상이 또렷해졌다. 정부는 5일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화이트리스트 배제 이슈가 이미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며 "예단해서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가 시장의 움직임을 직시해야 한다.

코스닥은 5일 급락세 속에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는 1940선까지 밀렸다. 그럴 수밖에 없다. 기업 실적을 평가하는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 상반기 55개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40%가량 줄었다. 하반기 전망도 온통 먹구름이다. 반도체가 죽을 쑤는 가운데 미·중 통상마찰이 재연될 조짐을 보인다. 이 마당에 한·일 통상 갈등까지 터졌다.

환율은 달러당 1210원대로 치솟았다. 환율은 그 나라 경제가 얼마나 튼튼한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20년 전 외환위기, 10년 전 금융위기 때 원 환율이 급등(가치는 하락)한 것은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정부는 5일 국산 부품·소재·장비 육성을 위한 경쟁력 강화대책을 내놨다. 문제는 대책이 열매를 맺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길게 봐서 '기술 독립'은 분명히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시장 투자자들에게 5년, 10년을 기다려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목마른 기업과 시장엔 당장 한 바가지 물이 급하다.

일본과 '경제전쟁'을 치를 각오라면 그만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일본 엔화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에 버금가는 기축통화 대접을 받는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투자자들은 달러나 엔, 또는 금을 산다. 그만큼 미국·일본 경제를 믿는다는 뜻이다. 반면 한국 원화는 국제통화가 아니다. 따라서 위기 때 한국은 외환보유액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4000억달러가 넘는다. 객관적으로 넉넉한 수준이지만, 위기 발발 시 금융시장이 숫자대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시장은 정치인의 발언이 허풍인지 아닌지, 정부 대책에 실효성이 있는지 없는지 금방 안다.
주가와 환율 동향을 보면 시장은 아직 정부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 같지 않다. 시장이 보내는 경고음을 무시해선 안 된다.
한·일 관계를 지금보다 더 나쁜 쪽으로 끌고가는 것은 현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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