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무늬만 토론회? 강남署 반부패 대책은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05 17:42

수정 2019.08.06 07:56

[기자수첩] 무늬만 토론회? 강남署 반부패 대책은
"강남의 좋은 점도 발견해 언론에서 '잘한다 잘한다'고 해줘야 경찰관도 기가 살아서 잘해요."

"경찰의 복지가 더 나아져야 비리가 없어지지, 경찰 격려 많이 해주세요."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경찰서의 시민들과 함께하는 '경찰 반부패 대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반부패 대토론회는 경찰청의 유착비리 근절대책 일환으로 전국 경찰서별로 진행되고 있다. 각종 유착과 비리 의혹으로 혁신 대상이 된 강남경찰서 역시 반부패 토론회를 개최하며 새로운 도약과 변화를 약속했다.

이날 취재 열기는 더운 날씨만큼이나 뜨거웠다. 언론사들이 강남경찰서와 일반 시민의 뜨거운 토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 탓이었다. 그만큼 강남경찰서가 '핫'하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그러나 토론회장에 참석한 40여명의 시민은 대부분 경찰 협력업체 회원이거나 지역 자율방범대원 등이었다. 이들은 반부패대책과 관련된 토론 대신 강남경찰서에 애정 어린 목소리를 쏟아냈다.

강남경찰서 협력단체 소속 회원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못한 부분을 야단치기도 하지만 자꾸 경찰에게 힘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구에서 자율방범대원을 하고 있다는 시민도 "털면 먼지는 매일 나는 법인데, 뉴스에서 먼지만 보도하고 미담 사례는 방송하지 않는다"며 "언론의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부패 '토론회'라고 이름 붙여진 행사치고는 딱딱한 분위기도 자유로운 토론을 방해하는 듯 보였다. 행사는 사회자가 지목하는 사람들이 돌아가며 발언하는 형식이었다. 행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관내 파출소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 해주시면 된다'는 연락을 받고 온 건데, 이렇게 분위기가 무거울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물론 현장의 어려움과 관련한 의미있는 질의도 나왔다.
"왜 무허가 업소를 단속하지 않느냐"는 클럽 관계자의 질문에 경찰은 "나름 우선순위를 정해 단속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경찰의 "클럽 단속 시 가드가 많이 막는다고 하던데"란 질문에 클럽 관계자도 "그런 적 없으며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서로 질의응답하기도 했다.

강남경찰서가 '특별관리 1호'로 지정된 데는 강남서가 잘한 점이 홍보되지 않아서가 아니다.
비록 반부패와 관련된 열띤 토론을 기대한 시민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만한 토론회였지만, 강남경찰서가 힘주어 약속한 '새로운 도약과 변화'를 지금부터 지켜봐야 할 때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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