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오일머니, 韓 하늘길 위협… 업계 "유럽 승객 뺏길라" 촉각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07 17:36

수정 2019.08.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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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UAE 항공회담 돌입 정부 지원금 받는 UAE 항공사
인천發 노선 최소 2배 증편 요구 운임 낮아 유럽행 승객 뺏길수도
오일머니, 韓 하늘길 위협… 업계 "유럽 승객 뺏길라" 촉각

'오일 머니'로 무장한 중동 항공사들이 국내 항공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측의 요구로 우리 정부가 UAE와 항공 회담 재개에 나섰기 때문이다. 인천~UAE(두바이·아부다비) 노선을 최소 2배 이상 증편해달라는 게 UAE 측의 요구사항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항공업계는 UAE 노선이 증편될 경우 인천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여객 수요를 중동 항공사들이 값 싼 운임을 앞세워 흡수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UAE, 14개월 만에 또 증편 요구

7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이틀간 UAE 아부다비에서 한-UAE간 항공회담이 진행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가 간 항공회담이 정례적으로 열리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국의 요청이 있다면 이를 거절하기 어렵다"며 "이번 회담 역시 UAE 측의 요청에 따라 개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UAE 측은 지난해에도 우리 정부에 항공회담을 요청해 같은해 6월 항공회담을 진행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하고 회담이 결렬된 바 있다.

작년 열린 항공회담 당시 UAE 측은 인천~UAE(두바이·아부다비) 노선 증편을 최소 2배 이상 요구했다. 현재 UAE 에미레이트항공은 인천~두바이 노선에 주 7회, 에티하드항공은 인천~아부다비 노선에 주 7회 운항 중이다. 각각 최소 주 14회로 늘려달라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작년 회담에선 양국한테 모두 이익이 될 수 있는 규모를 같이 논의해보자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항공사 중에선 대한항공이 유일하게 주 7회 인천~두바이 노선을 운항 중이다. 당장 이번 회담에서 UAE 측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대한항공의 인천~두바이 노선이 직격탄을 맞는다. 하지만 국내 항공업계가 더 우려하는 것은 인천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여객 수요다. 실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에미레이트항공 이용객 중 72%, 에티하드항공 이용객의 63%가 UAE를 거쳐 유럽이나 아프리카로 가는 환승객이었다.

■국내 항공업계 "항공산업 보호를"

UAE측 항공가격은 대한항공보다 보통 20∼30% 정도 저렴하다. 투입하는 항공기도 UAE 항공사들은 480석이 넘는 최신 A380 여객기를 투입하는 반면, 대한항공은 두바이 노선에 218석 규모의 A330을 운영하고 있다.

이 탓에 국내 뿐 아니라 세계 항공업계가 중동계 항공사들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달 12일에는 아메리칸항공·델타항공·유나이티드항공의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USA투데이에 중동계 항공사들이 정부 보조금 지원을 받고 있어 불공정 경쟁 행위라는 공동 기고문을 내기도 했다. 실제 중동 항공사 공세에 이미 호주 콴타스항공이 유럽 직항노선을 대부분 없앴다.
루프트한자·에어프랑스 등 유럽 항공사도 일부 중동·아시아 노선에서 철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 UAE와의 회담에선 우리 측이 얻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며 "만약 국내 국적 항공사가 유럽 노선에서 철수한다면 UAE 항공사들이 가격을 그냥 두진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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