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구청장을 부끄럽게 만든 성숙한 시민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07 17:40

수정 2019.08.07 17:40

서울 중구청이 6일 관내에 '노재팬(NO JAPAN)' 깃발을 내걸었다가 시민 반발에 부딪혀 회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중구청은 이날 오전 10시 무렵부터 서울 대한문과 태평로 일대에 '노재팬' 깃발 50여개를 내걸었다. 명동과 퇴계로·을지로·세종대로·정동길 등에도 1100개를 더 내걸 계획이었다.

중구청이 내건 깃발은 가로 70㎝, 세로 200㎝ 크기로 'NO'라는 대형 영문글씨 아래 '보이콧 재팬'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중구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 우리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관군, 의병을 따질 상황이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

서울 중심가에 일본제품 불매와 일본여행 거부를 선동하는 대형 깃발이 내걸리자 시민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구청 홈페이지와 인터넷 등에는 중구청을 비난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울 한복판에 NO Japan 깃발을 설치하는 것을 중단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도 올라왔다. 이 청원에는 하루 만에 1만여명이 동의를 표시했다. 논란이 커지자 중구청은 5시간여 만에 깃발을 회수했다.

시민들은 성숙한데 서울 중구청은 사려깊지 못했다. 시민들의 자발적 불매운동을 관제로 만들어선 안된다. 일본 극우세력들에게 반한감정을 부추기는 빌미만 줄 뿐이다. 서울 중심가에 반일 깃발이 나부끼면 일본인 관광객들이 오지 않을 것이다. 일본을 타격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우리 상인들을 때리는 것이다. 반일 깃발을 내거는 것이 애국이라는 생각은 단견이다. 잠시 화풀이를 위해 국가와 국민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를 방문했다. 반일감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관광업계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다.
오창희 한국여행협회 회장은 이 대표에게 "정치·외교적 문제로 민간교류까지 막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여당 내에는 도쿄여행 금지나 도쿄올림픽 거부 등의 얘기가 나오고 있다.
감정적 반일은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성찰해보기 바란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