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분양가 상한제, 왜 또 실패를 반복하려 하나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07 17:40

수정 2019.08.07 17:40

정권따라 이랬다저랬다 근본책 아닌 곁가지일뿐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이 기어코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를 밀어붙일 모양이다. 국토부는 내주 초 당·정 협의를 거쳐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반응은 탐탁잖아 보인다. 내년 봄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을 옥죄는 정책이 득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와중에 괜한 분란을 부를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우리는 총선·일본 변수를 떠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그것은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 개입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이냐의 문제다.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알파요 오메가다. 분양가 상한제는 바로 이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시장 흐름에 어긋나는 관제 가격은 언제 어떤 식으로든 부작용이 나타나게 돼 있다.

역대 여러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당장 다락같이 오른 집값을 잡는 게 급했기 때문이다. 처음 도입한 건 박정희정부(1977년)다. "장사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치던 노무현 대통령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2007년). 하지만 상한제는 생명력이 길지 못했다. 경기 상황에 따라 풀렸다 조였다를 반복했다. 박근혜정부 들어선 허울만 남았다. 문재인정부는 다시 이를 살리려 한다. 전형적인 냉·온탕 정책이다. 경험상 차기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이어갈 거란 보장이 없다.

부동산이 가진 특수성을 부정하려는 게 아니다. 부동산은 망국병이다. 소득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이다. 심지어 젊은이들은 집값에 절망한 나머지 결혼마저 기피한다. 따라서 정부는 서민 주거복지를 보살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실패를 바로잡겠다고 분양가에 제한을 두는 정책은 되레 정부실패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진보 학자인 전강수 교수(대구 가톨릭대)는 부동산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근본정책으로 딱 두가지, 곧 부동산 보유세 강화와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든다(논문 '부동산 문제의 실상과 부동산정책의 전개'). "나머지 잡다한 정책들은 다 곁가지"라는 게 전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임대주택 정책의 성공사례로 임기 중 50만호 넘게 공급한 노무현정부를 든다.

우리는 국토부와 김 장관이 부동산 시장을 장기적으로 개선할 근본대책에 집중하기를 바란다.
과거 사례로 볼 때 민간아파트에 적용하려는 분양가 상한제는 언제 뒤집힐지 모를 '곁가지' 정책일 뿐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