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靑 "日, 일부 수출승인 긍정적"…협상공간 열며 숨고르나

뉴스1

입력 2019.08.08 17:16

수정 2019.08.08 19:44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8.8/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8.8/뉴스1

(서울=뉴스1) 진성훈 기자,최은지 기자 = 지난 2일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목록)' 제외 결정으로 최고조에 달했던 한일 양국간 경제전쟁 기류가 다소 숨고르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이 전날(7일)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령을 공포했지만 추가 보복조치를 내놓지 않은 데다 7월 4일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허가 강화 조치를 취한 이후 처음으로 그중 하나에 대해 한국 수출을 허가하면서 일부 전향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일본의 일부 수출 허가조치를 평가하는 언급이 나왔고, 우리 정부는 이날 대응조치로 논의됐던 일본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도 일단 보류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3개 품목 중 하나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단 3개 품목 중에 1개를 (수출) 승인한 것으로 일본에서 공식 발표했다"며 "수출이 승인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단은 어렵지만, 일본 정부가 전날 시행령 공포 21일 후인 오는 28일 시행될 예정인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이전에 이 같은 조치를 철회할 가능성도 아주 없지는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 마무리발언에서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단기대책부터 장기대책까지 준비하고 발표해 왔다"면서도 "물론 일본이 수출규제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실제 피해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결국은 일본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승자 없는 게임"이라며 지난 2일 최고조에 올랐던 대일 메시지 강도에 비해 수위를 조절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협상을 통한 외교적 해결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맞춰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전략물자 수출제도에 대해 논의한 결과, 구체적인 내용과 추진 일정은 추후 확정하기로 했다.

수출규제에 대응해 일본을 우리측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려는 결정을 사실상 유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측 대응조치가 자칫 외교적 해결을 위한 협상 공간을 닫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해석이 따라붙는다.

다만 청와대는 아직까지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기조 변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여전히 일본 정부가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아 일본 의존도가 높은 부품·소재 산업의 국산화 등 체질 개선을 이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이라며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위협에 대해 어떤 대응책이 필요한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고 대변인은 '일본이 수출규제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러면 실제 피해가 없을 수도 있다는 대통령의 언급이 실제 근거를 갖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그보다는 그 뒤에 있는 문장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승인을 할 수도, 안할 수도 있는 만큼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이미 신청된 다른 품목들도 역시 빠른 시간 안에 승인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또한 "그렇다 하더라도 1100개가 넘는 다른 품목들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조속히 철회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의 '불확실성 전략'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묻는 질문에는 "일본이 다음에 어떤 전략과 스탠스를 취할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까지 상정해 검토하고 대책을 준비해 왔기 때문에 그에 따라서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일 양국의 협상 진행을 묻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앞으로도 계속 외교적인 노력이 이어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 대변인은 이날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아세안·인도 등 시장 다변화, 미래비전 제시, 중소기업 지원 확대, 인력양성, 신중한 지원의 필요성 등 경제 전반에 대해 진단하며 한국경제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이 언급한 '신중한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선 "대체로 지원금에 대한 말씀"이라며 "정부가 추경을 비롯해 소재·부품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많은 대책들을 내놓고 있는데 무작정 주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곳인지 얼마큼 필요한 곳인지 면밀하게 분석하면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이에 참석한 장관들은 "민간이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지, 무작정 신청만 했다고 지원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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