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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삼성에 수출 허가… 맞대응 보류한 韓 [한일 경제전쟁]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08 17:57

수정 2019.08.08 18:03

규제 35일만에 일부 허용
반도체용 극자외선 레지스트 1건.. 세코 경제산업상 "합법적 거래"
비난 여론에 '명분쌓기용' 분석.. 우리정부 日배제 논의 일단 스톱
日, 삼성에 수출 허가… 맞대응 보류한 韓 [한일 경제전쟁]
【 도쿄·베이징=조은효 조창원 특파원】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동(7월 4일)한 지 35일 만에 처음으로 한국으로 납품되는 극자외선(EUV) 포토 레지스트 1건에 대한 수출허가를 내줬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8일 지난달 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이후 처음으로 레지스트 수출을 허가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납품처는 삼성전자다. EUV레지스트는 반도체 기판에 바르는 감광제로 삼성이 차세대 시스템 반도체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EUV공정에 필요한 핵심소재다.

일본의 갑작스러운 수출허가를 놓고 '명분쌓기용'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제보복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훼손할 것이란 국제사회의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한국에 대한 수출심사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실제 세코 경제산업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합법적 거래에 대해선 (일본 정부가) 자의적으로 운용하지 않고 허가를 내주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도 "이번 건(한국 수출규제)은 반복해서 설명한 것처럼 금수조치가 아니다"라며 "정당한 거래에는 자의적인 (제도) 운용을 하지 않고, 허가를 내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지스트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중국 시안공장에서 사용할 고순도 불화수소 역시 규제조치 이후 지난 5일 일본 정부로부터 처음으로 수출허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물량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전인 지난 6월 중순 일본 정부에 수출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속내야 어떻든 정부는 일본이 확전을 자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8일 국정현안 점검회의에서 일본을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에서 제외시키는 맞대응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EUV 레지스트에 대한 수출허가가 이뤄진 점, 앞서 전날 발표된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관한 시행규칙에 기존 반도체 3개 품목(고순도 불화수소, 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외에 추가로 규제품목이 지정되진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논의 자체를 보류했다. 한·일 경제전쟁이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물론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도쿄의 외교소식통은 이번 수출허가에 대해 "국제 여론전의 일환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기자회견 말미에 "부적절한 사례가 나오면 개별신청 대상 확대를 포함한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를 두고 아사히신문은 세코 산업상이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 3탄'을 내놓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이번 건을 통해 일본 정부가 삼성전자가 차세대 기술로 공들이고 있는 EUV공정에 사용될 소재의 재고물량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글로벌 공급망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 삼성의 EUV레지스트 재고물량을 봐가면서 최장 90일이 소요되는 수출심사를 30일 만에 마쳤다는 것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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