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대화는 막히고 '안보 청구서'는 늘어나고…정부 부담 증가

뉴스1

입력 2019.08.09 13:31

수정 2019.08.09 13:3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2018.9.19.평양사진공동취재단 © News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2018.9.19.평양사진공동취재단 © News1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남북 대화는 공전을 거듭하는데 미국발(發) 안보 청구서가 잇달아 날아오는 모양새다. 북한의 반발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됐다.

한미는 9일 양자 국방장관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이른바 '안보 청구서', '동맹 청구서'로 불리는 굵직한 안들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받는 사안은 내년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한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은 올해 1조 389억 원인 우리 측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이미 올해 분담금에서 5배 이상 인상된 금액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간 미국이 부담해 온 주한미군 인건비와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을 '순차적으로' 우리 측이 부담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후부터 꾸준히 주장해 온 것이다. 올해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난항을 거듭한 끝에 타결된 바 있는데 여파가 완전히 가라앉기도 전에 다시 내년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양국의 발표가 있기도 전인 지난 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국 측의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기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라고 '깜짝 발표'를 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협상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방한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발언으로 불거진 미국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 문제도 화두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3일 "신형 정밀 유도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 동맹국에 배치하고 싶다"라고 발언했는데 이는 즉각 국내에서 '제2의 사드 배치 논란'으로 이어졌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군새 행보를 계획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워싱턴 조야에서 에스퍼 장관이 언급한 '아시아 동맹국'에 한국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공식적인 미국 정부의 입장은 확인되지 않았다.

에스퍼 장관은 방한을 계기로 이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우리 측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한국을 후보지에 포함시켰을 경우 정부는 중국, 북한의 눈치를 한꺼번에 봐야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시호크 헬리콥터(MH-60R) 구입 문제도 한미 양국의 현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국방부 산하의 국방안보협력국(DSCA)는 지난 8일 한국에 시호크 헬리콥터 12대를 8억 달러에 판매하는 것을 국무부가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승인은 방위사업청이 진행 중인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에 따라 방위사업청이 미 정부에 경쟁방식 사업 추진으로 한 시호크 헬리콥터 판매 가능 여부 확인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절차가 진행된 것만으로 시호크 헬리콥터의 구매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방위사업청은 향후 기종 선정을 위한 제안서 평가를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미국이 고가의 헬리콥터 판매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확정한 만큼 우리 측에 구매를 압박하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안보 청구서'가 이어지는 것은 남북 대화 전개에는 부정적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지난 5일 시작된 한미 합동훈련에 거세게 반발하며 단거리 탄도 미사일, 신형 방사포를 2주간 연속으로 발사했다.

북한 주장의 요지는 북미, 남북 합의에 따라 한미의 군사 행보가 중단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발 안보 청구서가 이어지는 것이 북한의 입장에서는 계속 거슬리는 행보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북한은 전날 늦은 밤에 한동안 잠잠했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을 다시 가동하며 대남 비난에 나서기도 했다.

조평통은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대남 성명을 발표하며 한미 연합훈련 등에 대해 "고단할 정도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부는 이에 "남북 간 군사적 신뢰 구축의 진전이 필요하다"라며 "남북이 9·19 남북군사합의서에 따라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할 필요가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남북 당국 간 대화 재개는 요원하다.

남북은 올 들어 한 차례도 당국 간 회담을 열지 못했다. 개성 공동 연락사무소의 소장 회의는 2월 이후 공전 중이며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국제기구를 통한 우리 쌀 지원도 북한이 거부 의사를 밝히며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최근에는 일본과의 경제·외교적 마찰로 대외 사안에 대한 정부의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다.

북한은 이달 말까지 이어질 한미 연합훈련 기간 동안 비난 및 도발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남북 간 멀어진 간극을 메우는 시간도 상당히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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