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개각 짐 던 文대통령, 다시 日조치 집중…내주 광복절 메시지 주목

뉴스1

입력 2019.08.10 14:54

수정 2019.08.10 14:54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8.8.15/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8.8.15/뉴스1


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광판에 문재인 대통령의 국무회의 중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국가 배제 관련 발언이 생중계되고 있다. 2019.8.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광판에 문재인 대통령의 국무회의 중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국가 배제 관련 발언이 생중계되고 있다. 2019.8.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개각 과제를 끝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대일(對日) 행보에 집중할 전망이다. 오는 15일이 74주년 8·15광복절인 만큼 문 대통령은 광복절을 중심으로 한 극일(克日) 구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구상의 강도는 강(强)에 초점이 맞춰지되, 전략적 대응을 위한 수위 조절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문 대통령의 극일 행보는 8·9개각에도 묻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국정운영이 대일대응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파악하게 하는 대목이다.

대표적으로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경우, 사법개혁의 선봉에 서있는 인물이라는 점 외에도 최근 SNS를 통해 일본에 거침없는 비판 발언을 해왔다는 점이 특이점이다. 조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은 물론 법무부 장관으로 정식 임명될 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우리 대법원판결을 존중하는 명시적 입장을 낼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전문가로, 일본의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수출규제 대응에 맞대응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일본 언론들 또한 문 대통령의 8·9개각에 있어 두 사람을 특히 조명했다.

문 대통령은 내주에도 이같은 분위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10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12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13일에는 국무회의를 주재한 뒤 독립유공자 및 유족들을 초청해 오찬을 갖는다. 일련의 일정들은 문 대통령이 통상적으로 해왔던 것이지만, 일본과의 신경전 속 광복절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강한 어조의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결과적으로 이번 광복절 메시지에도 이런 기조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8일 일본 정부가 지난달 4일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허가 강화 조치를 한 후, 처음으로 그중 하나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을 허가한 데에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1100개가 넘는 다른 품목들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조속히 철회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은 변함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대일대응 상황반장을 맡은 김상조 정책실장 또한 전날(9일) CBS라디오에서 이에 대해 "우리가 일본을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했을 때 여러 가지 증거와 명분을 축적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일본과 유화적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단계에 있기보다는 치열한 전략 게임으로 맞서는 상황에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어느 때보다 광복절 메시지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완성된 초안을 두고 비서관급과 수석급 참모들이 각각 참여하는 연설문 독회(讀會)가 진행 중인데, 이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그간에도 주요 메시지에 대한 독회는 있었지만 '비서실장 주재의 독회'는 특별하게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메시지 키워드로는 문 대통령이 앞서 여러 차례 언급해온 이순신 장군을 비롯해 봉오동 전투에 대한 언급도 있을 수 있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중국 지린성 왕칭현 봉오동에서 홍범도와 최진동, 안무 등이 이끈 대한북로독군부의 한국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군 제19사단의 월강추격대대를 무찌르고 승리한 전투다. 지난 7일 영화로도 개봉됐고 조국 후보자가 전날(9일) 자신의 SNS에 영화 봉오동 전투 포스터를 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어찌 됐든 '한일 간 문제 풀이'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자신의 '투트랙 기조'를 다시금 강조하는 등 일본에 손을 내밀 가능성도 높다. 문 대통령은 대일정책에 있어 과거와 미래를 분리해 대응하는 투트랙 정책을 강조해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민경제자문회의 모두발언을 통해서도 "일본이 일방적인 무역 조치로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설령 이익이 있다 해도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결국은 일본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승자 없는 게임"이라면서 한일갈등이 속히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광복절의 의미 자체를 놓치지 않기 위한 노력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광복절은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동시에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축하하는 날이다.
이에 따라 분단을 하루속히 극복하고 한반도 평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차원의 대북·대미 메시지도 담길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광복절 메시지에서 현 한일이슈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일본만을 향한 메시지만이 담길 것이라고 보는 건 너무 국소적이다.
또 '대일투쟁을 하자'는 식의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보는 것도 과하다"며 "8·15가 원래 갖고 있는 의미 등 좀 더 큰 틀에서 메시지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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