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美, 문정인 주미대사 반대'…김종대 "재팬 핸들러의 내정간섭"

뉴스1

입력 2019.08.11 21:53

수정 2019.08.11 22:08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 News1 민경석 기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 News1 민경석 기자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이 지난해 1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비밀군사지원협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8.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이 지난해 1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비밀군사지원협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8.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2019.6.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2019.6.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이균진 기자 = 지난 8·9 개각 발표 당시 함께 발표된 주미대사 인선 과정에서 막판까지 유력하게 거론됐던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가 주미대사로 발탁되지 못한 배경을 놓고 정치권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유력 일간 워싱턴포스트의 존 허드슨 기자가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이수혁 대사 내정자로의 교체는) 문 특보의 대사 내정에 대한 워싱턴의 비공식적 반대가 있은 후에 이뤄졌다"는 글을 올린 게 도화선이 됐다.

지난 9일 인사 발표 당시에도 문 특보의 막판 고사에 미국의 반대가 작용했다는 설이 돌았는데, 미국 언론에서도 거론되면서 좀 더 사실 쪽에 가까워졌다.

그러자 한 보수 진영 야당 의원은 '미국이 반대한 인물이니 대통령 특보로도 둬서는 안된다'며 문 특보의 사퇴를 촉구했고, 진보 성향 야당 의원은 '워싱턴의 내정간섭'을 비판하며 '문 특보 사퇴 주장은 더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허드슨 기자의 언급을 거론하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워싱턴의 누가 이런 외교농단을 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며 "이는 기업체 사장이 노조에 '노조위원장을 바꾸라'고 하는 것과 같고, 여당 대표가 야당에 '당 대표를 바꾸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적었다.

김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보좌관을 거쳐 참여정부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에서 근무한 국방외교안보 전문가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미국에 가서 가장 지지한 사람이 문 특보인데 이를 모르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대충 짐작하고 있다. 일본 정부에는 한없이 너그러우면서 북한에는 강경한 일명 재팬 핸들러(japan handler)들"이라고 비판했다. 재팬 핸들러는 미일 관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인 전문가들을 뜻한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애초 문 특보를 내정한 이유는 최근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을 올리고 중거리미사일 한국 배치를 추진하는 등 감당할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에 맞서 국익을 수호할 강한 외교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문 특보의 주미대사직 수행을 옹호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대사를 교체한 정부도 이상하지만 더 어처구니 없는 일은 '미국이 반대하니 문정인은 특보 자리에서도 물러나라'고 말하는 보수 야당 정치인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저는 미국에서 문정인을 반미주의라고 이야기하는 인사를 본 적이 없다"며 "그런데 정작 우리 내부에서 반미주의자로 낙인찍는 이데올로그들이 설친다"고 주장했다.

앞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전날(1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미국은 문 특보를 한미동맹의 장애요인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미국정부가 사전에 비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며 "대사 임명을 미국 정부가 반대할 정도라면 대통령 공식 특보로 두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하 의원은 "미국이 경계하는 인물을 대통령 옆에 계속 두고 있으면 미국의 오해를 사기 십상이고, 앞으로도 미국의 문 대통령에 대한 불신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며 "문 특보는 문 대통령과 한미 관계에 더 이상 부담을 주지 말고 용퇴하는 것이 대통령과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문 특보는 여러 반미 발언으로 문제를 일으킨 분"이라며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으로 청와대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고, '장기적으로 한미동맹 없애는 게 최선', '한국 대통령이 주한미군더러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등 여러 문제 발언으로 한미 갈등을 초래했다"고 열거했다.

자유한국당에서도 문 특보의 주미대사 내정설이 불거졌을 당시 "한미동맹 해체론자 주미대사를 세우겠다는 것"이라며 "오죽하면 북한 김정은의 안보특보인지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특보인지 모르겠다는 비난을 받았겠는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종대 의원은 문 특보를 반대한 미국 정부를, 하 의원과 자유한국당은 미국 정부가 반대한 문 특보를 비판하는 형국인데, 문제의 트윗을 적은 허드슨 기자는 같은 날 트윗에 추신을 달아 "트럼프는 누가 자신의 친구인지 모르고 있다. 이는 참모들이 트럼프가 그 친구들과 만나게 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인 이유도 있다"며 이번 문 특보의 주미대사직에 반대한 미국 정부에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한편 청와대는 문 특보의 주미대사직 내정에 미국이 반대했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 기자 한 명의 SNS로 그런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근거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이같이 말하고는 "해외에서 대한민국 입장을 그만큼 대변할 명망가가 없을 정도로 역할이 크고. 영미권에서 영향력도 크다. 우리로서는 주미대사로 가시는 것이 아쉬울 정도"라고 했다.


앞서 주미대사 인선 발표 당일 청와대는 "주미대사직에는 문 특보와 이수혁 의원, 두 분이 복수로 검토가 됐었다"며 이후 문 특보의 고사와 이 의원의 결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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