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美 트럼프, 정치 모금 행사에서 韓 등 주요 동맹들 조롱 논란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2 14:17

수정 2019.08.12 14:1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신화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신화뉴시스


취임 이후 한국 정부를 향해 방위비를 더 내라고 끊임없이 요구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치 모금 행사에서 한국에게 돈 받기가 쉬웠다며 조롱에 가까운 언사를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유럽 등 다른 동맹들까지 농담거리로 삼았으며 동시에 북한과 친분을 언급하며 자신의 외교적 치적을 자랑했다.

미 지역 일간지인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부촌인 햄톤에서 열린 2건의 정치 모금행사에 참석했다. 두 행사는 부동산 재벌들인 스티븐 로스와 조 패럴의 저택에서 각각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60여명이 모인 로스의 행사에서 부친이자 자신에게 부동산 사업을 물려줬던 프레드 트럼프와 함께 임대료를 받으러 다녔던 시절을 회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브루클린의 임대 아파트에서 임대로 114달러13센트를 받아내는 것보다 한국에게 10억달러(약 1조2148억원)를 받는 것이 더 쉬웠다"며 "진짜로 내게 당시 13센트는 엄청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500여명이 참석한 패럴의 행사에 가서도 자신만의 '농담'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경제가 번성하고 있고 훌륭한 텔레비전을 만든다며 "왜 우리가 그들의 방위를 위해 돈을 내야 하나. 그들이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말투를 흉내 내면서 어떻게 문 대통령이 자신의 강경한 협상 태도에 굴복했는지 묘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언급하며 "나는 이번주에 김 워원장에게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 우리는 친구다. 사람들이 그러는데 김 위원장은 날 볼 때만 웃는다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북한과 엄청난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은 지난 3월 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서 올해 한국이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주둔비를 지난해보다 8.2% 올린 1조389억원으로 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에도 자신의 트위터에다 한국이 "미국에게 상당한 금액의 방위비를 더 내기로 동의했다"고 적었으나 아직까지 11차 방위비 협정은 시작되지 않았다. 그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이 발생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10일에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작게나마 사과했으며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자마자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고 싶어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한·미 훈련에 대해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 드는 연습"이라고 폄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은 한국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는 모금행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나눴던 무역 관련 대화를 끄집어내더니 아베 총리의 일본식 발음을 흉내 냈다. 이어 아베 총리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이 태평양 전쟁 당시 가미카제 특공대 훈련을 받았던 점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 말로는 당시 가미카제 조종사들이 술이나 마약없이 애국심으로 자폭 공격을 했다며 "그들이 단지 애국심으로 연료가 반만 든 비행기에 타서 강철로 된 배(미국 군함)에 날아드는 것을 상상해 봐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내야할 방위비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측은 뉴욕포스트의 이번 보도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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