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포방터 돈가스로 보는 자영업의 어려움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2 17:42

수정 2019.08.12 17:42

[기자수첩] 포방터 돈가스로 보는 자영업의 어려움
요즘 포방터 돈가스로 알려진 한 돈가스 가게가 다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홍은동 포방터시장에서 돈가스를 파는 '돈카2014'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최고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집이다.

포방터시장은 교통이 불편해 유동인구가 적은 탓에 이 돈가스집은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식당'에서 김응서 사장의 장인정신이 조명되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최고의 돈가스라고 극찬하면서 전국구 맛집으로 떠올랐다.

방송 후 이 집 돈가스를 먹겠다는 사람들이 포방터시장에 몰려들면서 새벽부터 문전성시를 이룬다. 돈가스를 먹으러 온 사람들이 다른 가게에도 들르면서 시장 상권이 전체적으로 살아났다.


다만 기존에 없던 문제가 생겼다. 사람들이 돈가스를 먹겠다며 새벽부터 밖에서 대기하다 보니 주민들이 시끄럽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김 사장이 사비를 들여 대기실을 마련했음에도 민원이 그치지 않아 인터넷 예약으로 손님을 받았다.

그러자 다른 상인들이 시장 유동인구가 줄어들었다며 불만을 얘기했다. 김 사장은 다시 직접 번호표를 나눠주는 형태로 방식을 바꿨다. 대기실 공간을 더 늘렸지만 소음민원이 잇따르면서 김 사장은 이제 포방터시장을 떠날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매출이 적어 고민이었던 가게가 이제는 장사가 잘되는데도 새로운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은 아무리 장사가 잘돼도 예상치 못한 난관을 겪게 된다. 장사가 좀 된다 싶으면 건물주가 나가라고 하거나 원재료 값이 급등하고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변수들을 극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으니 '망할 가게는 망해야 한다'는 말을 함부로 하기도 그렇다.

그래도 포방터 돈가스는 해결방안이 있지 않을까 싶다. 포방터시장 상인회 측에서 대기실 임대료를 어느 정도 분담하고 주민 민원 해결에 앞장서면 되는 것이다.


요즘 백화점들은 고객유치 차원에서 전국 맛집 모시기에 혈안이 돼 있다. 최고의 맛집으로 소문난 돈가스집이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면 포방터시장 상권 전체가 다시 가라앉을 수 있다.
한번 죽은 상권을 다시 살리는 것은 어려운 만큼 구청에서도 이 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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