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수출규제 조치가 한국 국민들의'NO JAPAN'이라는 강한 반작용으로 나올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특히 최근 일본여행 예약 취소율이 보통 40~50% 수준으로 급감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 국민의 일본 정부에 대한 반감이 만만치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분위기가 내년까지 지속될 경우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최대 약 0.1%포인트 하락시킬 가능성이 있다. 최근 한국 내 일본여행 붐이 크게 일어나서 2018년 한국인의 일본여행객 수는 사상 최대 규모인 754만명(국민 일곱 명 중 한 명은 일본을 여행)에 달하고 있다. 이는 불과 4년 전인 2014년 276만명에서 약 세 배가 급증한 규모인 것이다. 이러한 버블이 일시에 꺼진다면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0.7%에 불과한 저성장국가인 일본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도 마음이 편한 상황은 절대 아니다.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맞서 소재·부품 국산화를 통해 극일(克日)의 기치를 들었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양국 정부 모두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사실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도 일본 정부도 아무도 먼저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축구경기에서 다른 나라에는 져도 일본에 지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 우리 정서를 고려해 보면, 우리 정부는 끝까지 물고늘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한국과 일본 내에서 휴전, 평화, 공존을 말하는 목소리는 철저히 묻힐 수밖에 없다. 이제 막 전쟁이 시작되었는데 평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 '평화'라는 단어를 말하는 순간 반역자(한국에서는 매국노 또는 친일파)로 매도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먼저 시비를 건 일본 정부가 자존심을 구기고 없던 일로 하자고 말하기에는 꼴이 너무 우스워져 정치적 부담이 크다. 그래서 한·일 간의 경제전쟁은 특별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장기화될 것이다. 다만 양국 모두 여기서 더 확전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아마 자존심이 상한 일본의 추가적 공세가 더 이어지겠지만 정권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전면전 확전은 쉽지 않다.
한편 한국인임을 떠나 객관적으로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정책을 평가해 보면, 누가 아이디어를 내고 정책을 입안했는지 모르지만 교역의 파급력과 한·일 경제 및 산업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한참 떨어져 보인다. 특히 한국인의 정서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없이 머릿속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데에서 비롯된 수준 낮은 정책이라 아니 말할 수 없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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