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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뺄 것 다 빼” 베트남·중국식 분양?… 마이너스옵션 검토하는 재건축

김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5 15:09

수정 2019.08.15 15:09

[강남 재건축 분양가상한제 출구전략 복잡한 속내]
옵션으로 다 빼  ‘처절한 꼼수’ 검토
상아2·개포4 등 선분양 카드 만지작
임대 후 분양까지… 가능성은 글쎄
입주민 이주를 마치고 석면 철거를 진행 중인 개포주공1단지. 이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행정소송 등과 함께 분양가를 낮추는 '마이너스 옵션' 분양을 검토중이다.
입주민 이주를 마치고 석면 철거를 진행 중인 개포주공1단지. 이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행정소송 등과 함께 분양가를 낮추는 '마이너스 옵션' 분양을 검토중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사업 자체가 멈춰선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출구전략’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일부 단지에선 아파트의 분양때 기본으로 들어가는 빌트인 가구·가전 가변형벽체, 드레스룸 등 대부분 항목을 옵션으로 빼 분양가를 낮추는 ‘마이너스 옵션’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15일 재건축조합 및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단지별로 사업진행 정도에 따라 다양한 해법들을 마련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급적용에 대한 행정소송 등을 불사한다는 강경한 입장 속에서도 이주와 철거가 진행된 일부 단지에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분양가 재협상을 통해 10월 이전 사업을 당기기 위한 준비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1만2000여 가구를 짓는 둔촌주공의 경우 수년째 사업이 미뤄지며 이자비용만 1000억원에 달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출구를 찾고 있는 셈이다.

■“뺄 것 다 빼” 베트남·중국식 분양?
입주민 이주를 마치고 석면 철거를 진행 중인 개포주공1단지는 분양가상한제로 조합원당 1억 가까이 늘어나는 분담금을 ‘마이너스 옵션’을 통해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마이너스 옵션은 발코니확장 등 ‘플러스 옵션’과 반대로 빌트인 가구, 냉장고, 에어컨을 포함해 아파트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가변형 벽체 등 설계에까지 분양때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모든 부분을 뺄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흔히 베트남이나 중국에서 골조만 완성하고 페인트칠도 안된 아파트에 입주민이 조명·벽지를 포함해 모든 것을 갖추는 형식이 마이너스 옵션의 극단적인 사례다.

개포주공1단지 조합장은 “정부정책 영향을 피하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며 “일반분양분에 기본만 해놓고 옵션으로 다 바꾸는 방법도 고민해봐야 된다”고 말했다. 조합원 물량이 아닌 일반분양 건축비를 내려 낮은 분양가에 대한 손실을 상쇄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입장은 다르다.

국토부 주택정책 관계자는 “현재 극단적인 마이너스 옵션 사례가 없어 규제할 법적근거는 없지만 결국 해당 지자체의 분양승인과 분양가심의위원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걸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입장도 분양가를 낮추는 효과는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현재 마이너스 옵션으로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최대치는 약 3000만원 정도로 보인다. 품목을 늘리면 금액은 늘어날 것이다”며 “하지만 옵션으로 대체되는 항목이 늘어날수록 일반분양 계약금액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되고 조합원 물량과 차별화해 내부를 건설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너스 옵션’은 현실적인 대안이라기보다는 사업이 막힌 재건축 단지의 절박함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허그와 재협상’ ‘임대 후 분양’ 만지작
이와는 달리 결국 선분양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단지들도 보인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분양가상한제 보다 HUG의 분양가 기준이 더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는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둔촌주공은 이주도 마쳤고 철거가 60프로 진행됐다. 행정소송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10월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앞서 40~50일간의 시간을 이용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를 놓고 접촉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는 일반분양 조합원 수만 4700명이 넘다보니 각자 상황도 다르고 이들에게 우편을 발송하고 의견을 모으는 일 자체가 쉽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HUG의 둔촌주공 분양가 기준은 3.3㎡당 2600만원인 데 반해 조합원들의 요구는 3500만원이라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반면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래미안 라클래시) 재건축은 오는 27일 총회에서 선분양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철거가 진행된 개포4단지나 재개발을 진행하는 동작구 흑석3구역 등도 선분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 후 분양을 우회로로 모색하는 단지들도 보인다. 10년 전 한남동의 ‘한남 더힐’ ‘한남 리브온’이 4년 임대 후 일반분양을 통해 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서울에서는 유엔사부지, 옛 MBC부지에 들어서는 여의도 브라이튼 정도만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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