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부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노무현정부는 2005년 공공택지부터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했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07년 민간택지로 확대했다. 2014년 12월 박근혜정부의 '부동산3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작동 방식이 크게 바뀌었지만 어렵게 살아남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주택법에 규정돼 있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노무현정부 때의 '전면적 의무 시행'에서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시행 범위의 탄력적 조정'으로 후퇴했다.

2015년 4월 이후 지금까지 공공택지와 달리 민간택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시장 과열과 토지의 독점적 성질을 이용해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받을 수 있는 최대치로 분양가가 책정되고 있다. 조합원분양가와 일반분양가의 차이를 최대한 벌려 헌집이 새집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최대한 일반 분양자에게 전가시켜 투기세력이 고분양가로 취할 수 있는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치는 천장을 뚫고 올라가게 되었다. 분양가상한제가 무력화된 후 사회는 가계부채 증가, 투기 만연, 주택 가격 폭등이라는 대가를 치렀다. 2014년 2·4분기 1036조원이던 가계부채는 2017년 2·4분기 1388조원으로 급증, 가계가 빚더미에 올라섰다. 아파트 쇼핑이나 갭투자에 나서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79㎡의 연평균 가구당 실거래 매매가는 2007년 9억9707만원에서 2013년 8억원까지 하락했다가 분양가상한제가 무력화된 2015년 9억원, 2016년 11억원, 2018년 16억원으로 폭등했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8월 2일 '필요시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선정'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의 조치는 '적용요건 완화와 적용시점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이 전부였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은 미뤄져 왔다. 적용이 유보되면서 언제 다시 집값이 폭등할지 몰라 집이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고통받고 있다. 지난 12일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발표했다. 힘겹게 버티고 있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살아 돌아왔다.

'사는 집'이 아닌 '상품으로서의 주택'에 막대한 이익이 걸려 있다 보니 미래에 대한 신화가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분양가상한제의 미래에 대해서도 '공급 축소' '중장기적인 가격 상승' 등과 같은 신화가 이미 퍼져 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최근 발표된 분양가상한제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과거의 경험을 통해 전망해 볼 수 있을 뿐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전면 시행된 2007년 이후 아파트 인허가 물량과 주택 가격 변화가 어땠는지 서울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2007년을 정점으로 2008년과 2009년 서울의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분양가상한제가 여전히 시행되던 2010∼2014년 인허가 물량은 2007년 이전과 유사하거나 더 많은 수준으로 회복됐다. 분양가상한제가 작동하던 2007∼2014년 서울과 강남의 주택 가격은 장기간 안정됐다.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한 시점도 있었다.


땀 흘려 번 돈으로 집을 사는 것이 불가능한 꿈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개발이익을 동기로 추진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분양가를 시장에만 맡겨두면 '주거안정'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주거정책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박근혜정부가 무력화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전국적인 투기 광풍을 비로소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