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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또 군사합의 '사각지대'서 도발…위반은 피하고 '효과'는 극대화

뉴시스

입력 2019.08.16 16:16

수정 2019.08.16 16:16

北, 군사합의 규정 위반하지 않으며 대남 압박 수위 올려 해상 적대행위 금지구역과 같은 위도…규정 위반은 아냐 北, 군사합의 위반 아니지만 취지엔 어긋 나…교묘하게 도발 軍 "규정상 도발로 보기 어려워…긴장완화위해 노력해야"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새 무기 시험사격을 지도했다"고 11일 로동신문이 보도했다. 2017..08.11. (사진=로동신문)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새 무기 시험사격을 지도했다"고 11일 로동신문이 보도했다. 2017..08.11. (사진=로동신문)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성진 기자 = 북한이 또다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동해상으로 날렸다. 남북 군사분야 합의에서 규정한 적대행위 금지구역 인근에서 무력도발을 감행하면서도, 합의 문구 자체에 대한 위반을 피해 대남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8시1분과 8시16분께 강원도 통천 북방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이번에 발사한 발사체 고도는 약 30㎞, 비행거리는 약 230㎞, 최대속도는 마하 6.1이상으로 한미 군 당국은 탐지했다.


한미 군 당국은 정확한 제원에 대해서는 정밀 분석 중이지만, 탐지 자산에서 포착한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사체는 비행거리와 고도·속도 등을 감안할 때, 지난 10일 함경남도 함흥에서 발사한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라 불리는 신형 탄도미사일과 대구경조종방사포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사일의 제원적 특성과 함께 눈에 띄는 점은 발사 장소의 지리적 특성이다. 먼저 이번 발사체의 비행거리가 약 230㎞인 점을 고려했을 때, 함경북도 무수단리 남단에 있는 무인도를 타격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발사 특성에 대해 "특정 목표 방향으로 쏜 것은 맞다"며 "북동 방향의 목표를 두고 발사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북한이 '새 무기'라 부르는 에이태큼스급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라면, 지난 10일 발사에 이어 이번에는 무기의 정밀성에 대해 추가적인 시험 사격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강원도 통천 남방 지역에 미사일 발사가 용이한 비행장이 있지만, 이번에는 원산과 통천 사이의 지역(행정구역상 통천)에서 발사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1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8시1분과 8시16분께 강원도 통천 북방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1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8시1분과 8시16분께 강원도 통천 북방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군 안팎에서는 발사지역을 강원도 깃대령 일대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17년 8월 깃대령 일대에서 사거리 250㎞ 단거리 발사체 수 발을 발사한 바 있다.

아울러 북한이 통천 북방 지역에서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은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9·19 군사합의는 동해 남측 속초 이북에서 북측 통천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 사격과 해상기동훈련 등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를 교묘하게 피해 압박 수위를 더 높였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미사일은 육상에서 발사됐고, 미사일도 동해상 동북방으로 비행해 금지 수역을 완전히 벗어남으로써 규정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또 단거리 미사일을 해안포로 규정할 수도 없다.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 안에서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한다는 지상 적대행위 금지구역 규정과,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80㎞가 설정된 동부전선의 비행금지구역과도 관계가 없다.

이 같은 도발은 지난 10일에도 한 차례 이뤄졌다. 북한은 당시 이스칸데르급 단거리 탄도미사일(KN-23)을 황해남도 과일군 일대에서 발사했다.

과일군 일대는 서해 남측 덕적도에서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을 설정한 해상 적대행위 금지구역의 위도 안에 걸쳐 있다. 초도에서 과일군은 동남방으로 불과 20㎞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렇지만 당시 KN-23 미사일도 이번과 같이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의 적대행위 금지를 규정상 위반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탄착 지점도 배타적 경제수역(EEZ) 등에 해당되지 않은 동해상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9·19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지만, 그 취지에는 어긋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뉴시스】남북은 서해 남측 덕적도~북측 초도 약 135㎞, 동해 남측 속초~북측 통천 약 80㎞ 해역을 완충수역으로 설정하기로 했다. 이 지역에서는 포병·함포 사격과 해상기동훈련 등이 중지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남북은 서해 남측 덕적도~북측 초도 약 135㎞, 동해 남측 속초~북측 통천 약 80㎞ 해역을 완충수역으로 설정하기로 했다. 이 지역에서는 포병·함포 사격과 해상기동훈련 등이 중지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hokma@newsis.com
국방부 관계자는 "1년 전에 보내드린 (남북 군사합의 설명자료에 나온) 그래픽을 보시면 완충구역이 해상 지역으로 표시돼 있는 데, 거기에는 (이번 발사가) 해당이 안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것은 규정에 따른 부분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이 잇따라 군사합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계속해서 도발을 감행하는 만큼, 추후 협의를 통해 이 부분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우리 군은 9·19 군사합의에 따라 육군 8군단 산하 강원 고성 송지호 사격장을 사실상 폐쇄했다.
군사합의서에서 해당지역의 포 사격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분계선(MDL)에서 32㎞ 정도 떨어진 송지호 사격장은 해변에서 동해상으로 수십㎞ 거리로 포탄을 쏘는 실사거리 사격장이다.


송지호 사격장에서는 매년 4월, 11월에 대규모 지해(地海) 합동 사격훈련이 실시됐지만, 남북관계가 진전됐던 지난해에는 모두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ksj87@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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