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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법안 통과됐다고 재계 수장이 '만세'를 부르는 나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6 16:58

수정 2019.08.16 16:58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이 15일 '만세!!!'를 불렀다. "울컥, 눈물도 난다"고 했다. 8·15 광복절이라서가 아니다. 그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P2P 관련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온라인대출중개법 제정안이다. 박 회장은 페이스북에 "이제 젊은이들을 볼 때 조금 덜 미안해도 되고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남겼다.
이어 민병두 정무위원장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핀테크 신산업을 돕는 법안 제정은 국회의 책무다. 당연한 일을 한 걸 두고 재계 수장이 만세를 불렀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처한 규제의 현실이다.

P2P(Person to Person) 금융은 돈을 빌려주는 투자자와 돈을 빌리려는 대출자를 중간에서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사업을 말한다. 지난 몇 년 새 규모가 부쩍 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사업자는 190개사가 넘고 누적대출액은 4조3000억원, 대출잔액은 1조7000억원에 이른다. 덩치는 커졌지만 시장 규율은 엉망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사기·횡령 혐의가 드러난 20개사를 적발했다. 업계 스스로 법 제정을 국회에 요청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요컨대 P2P 산업이 건전하게 클 수 있도록 법적 지위를 부여해 달라는 것이다.

이제 한 고비를 넘겼을 뿐이다. 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앞으로 정무위 전체회의→법사위→본회의 의결 절차를 밟는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6일 페이스북에서 "저도 만세! 만세! 만세!"라고 썼다. P2P 금융은 벤처와 스타트업들이 초창기 자금을 조달하는 통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민 위원장과 정무위가 법안 처리에 좀 더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

어디 P2P뿐이겠는가. 규제정글에 갇힌 혁신 기업가들은 국회만 바라보고 있다.
꽉 막힌 정부를 대신해서 국회가 혁신의 선봉장으로 나서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소재·부품을 둘러싼 한·일 갈등은 규제의 틀을 바꿀 천재일우의 기회다.
국회, 특히 집권 민주당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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