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범죄 표적이 된 거리의 동물들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9 17:25

수정 2019.08.19 17:25

[기자수첩]범죄 표적이 된 거리의 동물들
국내 반려인구가 15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주인이 없는 동물을 상대로 한 끔찍한 범죄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목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여러 사람들로부터 돌봄을 받던 길고양이가 토막난 채 발견됐다. 한 캣맘은 길고양이 급식소의 물그릇 안에서 길고양이의 잘린 발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사건을 동물보호단체에 제보한 시민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고양이를 살해해 사체를 물그릇에 유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한 바 있다.

최근 서울시 마포구 경의선 책거리 숲길 고양이 살해사건도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지난달 경의선 숲길 인근 가게에서 30대 정모씨는 가게 주인이 키우던 고양이 자두를 붙잡은 뒤 바닥에 패대기친 끝에 죽음에 이르게 했다.


잔혹한 행동은 토요일 이른 시간이지만 근처에 있던 학생들의 눈에 포착돼 영상으로 기록됐으며 이를 본 시민들은 공분해 청와대 국민청원을 하기도 했다. 자두를 살해한 정모씨는 오래전 고양이에게 할큄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 밖에도 화성시 고양이 연쇄살해 사건, 군산 머리에 못 박힌 고양이 사건 등 길고양이를 상대로 한 잔혹한 범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학대범죄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반면 처벌 수위는 여전히 매우 낮다.

현행법상 동물학대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지난 5월까지 입건된 동물학대 1500여건의 사건 중 구속은 단 1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강제추행죄가 더해진 것으로, 실제 동물보호법에 따라 구속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행법상 동물은 생명이 아닌 사람의 소유물이다. 자두사건의 가해자 정씨에게 적용된 죄는 동물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 죄다. 자두가 길고양이가 아니라 주인이 있는 고양이였기 때문에 재물손괴죄가 적용됐다.


주인 없는 동물을 겨냥한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물학대가 인간을 향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제 동물보호법을 확실하게 강화해야 할 때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생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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