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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관세 안 낸다" 애플 거든 트럼프… 투자 압박하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9 17:50

수정 2019.08.19 17:50

휴가 후 백악관 복귀 기자회견서 팀 쿡 애플 CEO와의 대화 밝혀
애플, 9월부터 10% 관세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의 공항에서 워싱턴DC로 돌아가기 전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의 공항에서 워싱턴DC로 돌아가기 전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삼성을 직접 언급하며 관세 부분에서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암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밝히지 않았으나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원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위치한 자신의 골프 클럽에서 여름휴가를 마치고 백악관으로 돌아가기 전에, 기자들과 만나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나눴던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팀 쿡과 매우 좋은 만남을 가졌고 그를 존경한다"며 "그가 관세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했는데 그 가운데서도 좋은 주장이 삼성에 대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삼성이 (애플의) 최대 경쟁자이고 삼성이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관세를 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애플 입장에서 (애플처럼) 관세를 내지 않는 매우 훌륭한 회사와 경쟁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는데 내가 얼마나 대단하냐고 했더니 아주 훌륭한 경쟁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은 대부분 한국이지만 여러 군데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관세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팀 쿡이 매우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했으며 그 점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품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애플은 지난해 트럼프 정부가 발표한 대(對)중국 보복관세 때문에 오는 9월 1일부터 미국에서 10%의 추가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애플 워치와 에어팟은 다음달부터 관세를 부담해야 하며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제품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를 미루면서 12월 15일부터 추가 관세를 물게 된다.

애플은 지난달 18일 미 정부에 일부 자사제품에 쓰이는 중국산 부품에 보복관세를 적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26일에 자신의 트위터에서 요청을 거부하며 "미국에서 생산해라. (그러면) 관세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미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달 2일 보고서에서 애플의 주요 제품에 10% 관세가 적용되면 애플의 연간 주당순이익(EPS)이 0.5~0.75달러 내려간다고 내다봤다. 올해 6월 말 기준 1년간 EPS는 11.77달러였다.

요지부동이던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이 바뀐 것은 쿡 CEO와 16일 저녁 식사 이후였다. 당시 쿡 CEO가 삼성 이야기를 꺼내면서 어떤 대가를 제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식사 전 트위터에다 "애플이 미국에 엄청난 돈을 쓰게 될 것이다. 좋은 일이다"고 적었다. 애플은 이달 15일 발표에서 현재 미국 50개주에서 9만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고 2023년까지 2만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월에 삼성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고맙다. 삼성"이라고 적었으며 삼성측은 2개월 뒤에 공식적으로 미국 내 가전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방한 당시 재계 지도자들과 회동에서도 끊임없이 미국에 투자 확대해 달라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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