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안전자산 쏠림으로 비우량채 실종… 우량채는 '버블 리스크' [회사채시장도 'R 공포']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9 17:57

수정 2019.08.19 17:57

경기침체기 투자자들 신중해져..BBB급 수요 없어 차환 부담 가중
우량 등급에만 몰려 '거품' 우려
안전자산 쏠림으로 비우량채 실종… 우량채는 '버블 리스크' [회사채시장도 'R 공포']
올해 들어 채권 금리가 연저점을 연이어 경신하면서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한시름을 더는 듯했다. 변동성이 높은 증시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채권 투자를 늘리면서 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 '빚'을 늘리기에 바빴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 공포가 대두하면서 기업들의 '빚'으로 '빚'을 갚는 회사채 '차환'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BBB급 회사채 투심 냉각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모회사채 시장에서 신용등급 BBB급 기업이 모습을 감췄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경제전쟁 등 대내외 악재 속에서 경제침체 우려까지 제기되자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졌고, BBB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는 급격히 냉각됐다. 이달 공모회사채 시장에 나오는 기업들은 우리금융지주, 한국투자증권, 롯데쇼핑, BNK금융지주, SK루브리컨츠 등 AA급 이상이 대부분이다.
공모채 시장에선 현재 BBB급 바로 위 등급인 A-등급도 찾아보기 힘들다. 하나에프앤아이(A-)가 지난 12일 발행한 회사채 500억원이 전부다.

시장에선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비우량채를 중심으로 차환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코스콤에 따르면 금융채를 제외한 회사채(ABS 포함, 16일 기준) 발행잔액은 327조원을 넘는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는 한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하이일드 등급 회사채부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하위 신용도를 가진 채권부터 처분하려는 심리가 강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면서 그는 "투자자들이 하위 등급 회사채 재투자는 꺼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우량채 버블' 리스크도 커져

이와 달리 우량 회사채 선호현상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금리는 지난 16일 기준 1.626%를, BBB- 등급 회사채는 7.727%를 가리켰다. 연초 대비 각각 64.4bp(1bp=0.01%포인트), 61.5bp가 하락(채권가격 상승)한 것으로 우량채의 가격상승 폭이 더 컸다. 전문가들은 우량채 쏠림현상이 더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발(發) 경기침체 공포로 안전자산 쏠림현상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우량채 버블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10년 국채 금리와 2년 국채 금리 간 스프레드 역전 가능성으로 촉발된 경기침체 공포로 안전자산 쏠림현상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면서 "최근 전 세계 국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자금 쏠림현상은 안전자산 가격의 과열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량 회사채 버블도 예외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채, 우량채 등 과도한 쏠림현상에 따른 금리발작 리스크도 잠재해 있다"면서 "발작 리스크를 경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올 12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ABS 포함) 발행잔액(16일 기준)은 약 72조8134억원이다.
3개월 혹은 6개월마다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유동화증권(ABSTB, ABCP) 142조6395억원 규모까지 더하면 연내 상환하거나 차환해야 하는 회사채(장·단기 유동화증권 포함) 규모는 200조원을 훌쩍 넘어간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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