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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공포' BBB급 회사채 차환 리스크[마켓워치]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9 18:01

수정 2019.08.19 18:01

회사채시장도 'R 공포'
저금리에 올 회사채 발행 9% ↑
조기상환 특약 내건 경우도 많아
경기침체땐 재무건전성 '비상'
'R의 공포' BBB급 회사채 차환 리스크[마켓워치]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와 국내 경제성장률 둔화 등이 맞물리면서 국내 회사채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회사채 시장에서 급격히 키운 '빚'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 한·일 경제전쟁에 홍콩의 대규모 시위 사태까지 겹치면서 'R(경기침체)'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회사채 327조원, 연초 대비 9%↑

19일 코스콤에 따르면 회사채(ABS 포함) 발행잔액은 327조6726억원이다. 지난해 12월 말(300조1989억원) 대비 9% 증가했다. 회사채 발행규모(잔액 기준)는 2016년 269조원, 2017년 278조원, 2018년 300조원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시장 금리가 연저점을 경신하면서 기업들이 싼 이자비용으로 자금조달에 나서 회사채 발행이 줄을 이었다.

문제는 급격히 커진 덩치다. 경기침체가 현실화하면 비우량기업 회사채를 중심으로 '차환'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안전자산으로 투자자 쏠림 현상이 강해지는 점은 이 같은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비우량등급으로 분류되는 BBB등급 이하 발행잔액은 회사채 7조3323억원, 자산유동화증권(ABS) 8691억원 등 총 8조2014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 BBB등급 이하 채권 발행잔액이 7조3655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8개월 사이 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정크본드로 불리는 BB+ 이하 회사채는 7100억원 규모다. 같은 기간 등급을 받지 않고 발행한 무등급 회사채도 53조원에서 60조원대로 크게 뛰었다. A급 이상 회사채여도 안심할 수 없다. 회사채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면 A- 등급까지 비우량채에 대한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뻗치기도 한다. 과거 업황둔화, 재무건전성 악화로 불과 몇 달 만에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사례가 종종 있었다.

■'특약' 조건 재무건전성에 '독'

투자자의 투심을 사로잡기 위해 내건 '특약'이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을 빠르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몇 년 사이 기업들은 신용등급, 부채비율 관련 조기상환조건 등 특약 조건을 내건 회사채, ABS 등을 쏟아냈다.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으로 떨어지면 조기상환해야 한다는 조건 등이 붙은 것이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ABS 조기상환 위기 등 트리거 발동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ABS에 비해 만기가 짧은 단기 유동화증권(ABCP, ABSTB)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등은 발행조건에 따라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어 단기 유동화 시장 규제를 피하려는 기업들이 대거 찍었다.
ABCP와 ABSTB 등 단기 유동화증권 발행잔액은 142조6395억원에 이른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한국기업들의 신용도가 하락 사이클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 200대 기업의 신용도가 차입금 증가와 실적둔화로 인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저하돼 부정적 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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