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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이탈리아 총리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1 16:39

수정 2019.08.21 16:39

이탈리아 총리는 수명이 길지 못하다. 2차 대전 끝나고 공화국을 선포한 뒤 73년 동안 총리가 마흔번 넘게 바뀌었다. 평균 2년도 못 채운 셈이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같은 이는 세번이나 했다. 이런 겹치기를 빼도 전후 총리 숫자만 29명에 이른다. 독일과 비교하면 이탈리아 총리가 얼마나 단명인지 알 수 있다.
전후 독일 총리는 딱 8명이다. 현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13년 넘게 장기집권 중이다.

이탈리아에서 총리가 또 그만뒀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상원 연설을 통해 사임을 발표했다. '오성운동'과 '동맹'이 연합정권을 수립한 지 14개월 만이다. 콘테는 뒤끝을 보였다. 그는 바로 옆에 앉은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을 강하게 비난했다. 살비니가 국익보다는 개인의 정치적 야심과 당리당략을 앞세워 정부를 흔들었다는 것이다.

사실 법학자 출신인 콘테는 바지사장이다. 우파 '동맹'을 이끄는 살비니와 포퓰리스트 '오성운동'을 이끄는 루이지 디 마이오 두 사람이 실세다. 지난해 3월 총선에서 오성운동과 동맹이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어느 당도 과반에 미달하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형성됐다. 이때 디 마이오와 살비니는 연합정부 구성에 합의하면서 정치 초년생 콘테를 총리로 추대했다. 그 대신 두 사람은 부총리 자리를 차지했다. 이 불안한 동거가 이번에 깨진 것이다.

연합정부를 흔든 건 살비니 부총리다. 그는 내무장관으로 강력한 반이민, 반유럽연합(EU) 정책을 펴 유권자의 환심을 샀다. 조기 총선을 실시하면 혼자 힘으로 총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탈리아 경제는 엉망이다. 성장률은 바닥을 기고, 청년실업률은 30%를 오르내린다. 이러니 아프리카에서 온 난민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긴축을 강요하는 EU도 밉상이다.
살비니는 이 같은 이탈리아인들의 반이민, 반EU 정서에 훌쩍 올라탔다. 하지만 살비니가 총리가 되면 극우 정치가 더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독재자 무솔리니에서 보듯 이탈리아는 근대적 극우 파시스트 정권의 효시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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