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트럼프, 자본이득세 감면 검토… 중산층 대신 ‘부유층’ 택하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1 17:12

수정 2019.08.21 17:12

‘인덱싱 적용' 행정명령으로 추진.. 지루한 소송·의회 반발은 불가피
"10년간 1000억달러 세수 부족".. 급여소득 감세는 까다로워 ‘후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본이득세에 인덱싱(물가연동제)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투자 소득 가운데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제외한 나머지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주로 부유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것으로 10년간 1000억달러 세수부족이 빚어질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주로 중산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급여소득세 감세는 지금 당장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그는 인덱싱을 의회 동의가 필요한 법률이 아닌 행정명령을 통해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루한 소송전과 의회 민주당과 대결을 피할 수 없는 방안이다. 다만 검토 중인 이같은 방안이 정책으로 실현될지 여부는 아직은 미지수다.

■부유층에 유리한 자본이득 감세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자본이득세 감면 등을 포함한 경기부양안을 백악관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미국이 경기침체에서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면서도 지금의 경제 확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경기부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정부가 다양한 감세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그 가운데 하나로 자본이득세에 물가연동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트럼프는 특히 법 개정이 아닌 규정 개정을 통해 의회를 우회해 이를 실행할 수 있다면서 "(의회 없이) 직접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법정 소송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현재 자본이득세 과세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은 명목이득에 대해 이뤄진다. 1990년 주식 100만달러어치를 사들였고, 지금 시세가 1000만달러라면 자본이득 900만달러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인덱싱이 적용되면 이 기간 인플레이션에 따른 이익 증가분은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오랫동안 팔지 않고 묵혀두는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와튼경영대학원이 개발한 펜와튼예산모델에 따르면 10년간 1000억달러 세수 손실을 각오해야 하는데다 혜택 대부분도 부유층에만 집중된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이 방안을 오랫동안 주장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아왔고, 재무부도 인덱싱 적용에 관해 언급한 적이 없었다. 민주당은 곧바로 반발했다. 민주당은 의회 동의 없이 인덱싱을 적용하는 것은 불법이며 새로운 성장을 끌어내지도 못하는 옛 투자 이득에 혜택을 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중산층 감세는 다시 물 건너갈듯

부유층 감세 방안은 제시했지만 트럼프가 내년 재선을 겨냥해 띄워왔던 중산층 감세는 물 건너가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오랫동안' 급여소득세 감세를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지금 당장 실현 가능성은 없다고 후퇴했다. 백악관 일부 관계자들이 급여소득세 감세가 앞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지만 정통한 소식통 2명은 이 정책구상이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한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가 이 방안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본이득세 감세와 달리 급여소득세 감세는 좀 더 까다로운 것이 그 이유일 가능성도 있다. 급여소득세는 연방소득세 계정에서 분리돼 노인의료보험제도(메디케어)와 사회보장제도 재정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예산 소요 항목이 정해져 있어 트럼프 주장대로라면 행정명령으로도 가능한 자본이득세 감세와 달리 지루한 법규정 검토와 재원 조달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백악관은 주식·채권시장의 경기침체 우려와 미 경제지표에 나타나는 경기둔화 조짐을 언론의 침소봉대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무역전쟁 충격을 완화하는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제품 관세는 서서히 미 경제에 충격을 주는 모양새다. 지난 6월말 현재 1년간 거둬들인 관세만 630억달러에 이르며 이는 실제로는 미 기업과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몫이어서 향후 통상불안, 투자에 대한 경계심을 부르고 있다.
이때문에 비록 미 경제가 사상최장 호황세를 이어가고, 실업률은 사상최저 수준, 소비지출도 탄탄하지만 경제 곳곳에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