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이탈리아 연정 ‘예견된 붕괴’… 격랑 속으로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1 17:13

수정 2019.08.21 17:13

콘테, ‘해체 촉발’ 살비니 맹비난
새 연정 실패땐 조기총선 가능성
물러나는 콘테 총리/사임 의사를 밝힌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상원의사당에서 상원 의원들에게 둘러싸여있다. 콘테 총리의 사임으로 지난해 6월 출범한 '동맹'당과 '오성운동'의 극우 포퓰리즘 연립정부는 14개월만에 해체됐다. AP뉴시스
물러나는 콘테 총리/사임 의사를 밝힌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상원의사당에서 상원 의원들에게 둘러싸여있다. 콘테 총리의 사임으로 지난해 6월 출범한 '동맹'당과 '오성운동'의 극우 포퓰리즘 연립정부는 14개월만에 해체됐다. AP뉴시스
이탈리아 주세페 콘테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사임 의사를 밝히며 극우 포퓰리즘 연립정부가 출범 14개월만에 붕괴됐다. 이에 이탈리아 정계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콘테 총리는 이날 오후 로마의 상원의사당에서 시국 연설을 통해 "연정의 위기로 정부 활동이 손상을 입었다"며 "현 정부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고 밝혔다. 콘테 총리는 그가 사임을 하게 된 결정적 이유에 대해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이끄는 연정 파트너 '동맹'당과의 결별임을 밝혔다.

한 시간여 연설에서 콘테 총리는 연정의 붕괴를 촉발한 살비니 부총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살비니 부총리는 지난 8일 집권 정당인 '오성운동'과의 연정 지지를 철회한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다. 콘테 총리는 "살비니 부총리는 개인과 당의 이익을 국가보다 우선시하고 이탈리아 헌법에 대한 존경심이 부족하다"고 비난했다.

동맹과 오성운동의 연정 해체는 이미 예견됐었다. 지난해 3월 총선 이후 민족주의와 반이민 정책을 내세운 동맹과 포퓰리즘 정책으로 청년과 빈곤층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신생정당 오성운동은 2개월 간의 협상 끝에 극우 포퓰리즘 연정을 출범시켰다.

이 과정에서 연정은 중립적인 인사로 정치 경험이 전무한 법학자 출신의 콘테 총리를 정부 수반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탈리아 북부의 부유층을 대변해 온 동맹과 남부의 서민층을 대변해 온 오성운동은 서로 자치권 확대 및 사법 개혁, EU와의 관계 설정 등을 놓고 대립을 거듭했다. 그러다 지난 8일 동맹이 추진해 온 프랑스 리옹과 이탈리아 토리노 간 고속철도 사업에 대한 상원 찬반 표결에서 오성운동이 반대 표를 던지면서 살비니 부총리가 연정 붕괴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살비니 부총리가 총리 불신임 투표를 추진하자 이에 맞서 콘테 총리는 사임 의사를 밝혔다.

콘테 총리는 이 날 의사일정이 마무리된 뒤 퀴리날레궁을 찾아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콘테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고 21일 오후부터 각 정당과 협의해 새로운 연립정부 출범을 모색할 방침이다. 만일 정당간 이견으로 새로운 연정 구성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의회해산과 함께 이르면 오는 10월~11월 조기총선이 실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조기 총선이 실시되면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살비니 부총리가 실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동맹은 지난 8일 여론조사 결과에서 약 36%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대통령이 연정 구성에 성공할 경우 온건 성향의 정부가 출범될 가능성도 있다. 살비니 부총리에 반대하는 오성운동 지도자 일부가 중도 좌파인 민주당과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오성운동과 민주당은 그동안 적대관계였지만 최근 '반(反) 동맹' 기치아래 최근 공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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