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경찰, 언제까지 사과만 할까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2 17:27

수정 2019.08.22 17:27

[기자수첩]경찰, 언제까지 사과만 할까
"경찰의 본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한 일이 발생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사과만 할까. '한강 시신훼손 사건'의 피의자인 장대호가 자수를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찾아오자 "종로경찰서로 가라"고 했다는 황당한 사건이 터지자 경찰청장이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일선 경찰관의 대응에 경찰청장이 공식 대국민 사과까지 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대국민 사과만 처음일 뿐 올 들어 경찰은 잇따라 '사후약방문 처방'을 내놓고 있다. 정준영 불법촬영 사건에 대한 성동경찰서 경찰관의 조치, '진주 방화·살인사건' 현장조치, '고유정 사건 부실수사 의혹',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으로 드러난 경찰 유착비리 대책 등이 그것이다.

경찰은 이들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향후 대책을 올해 내내 발표했다.
조사 결과 대부분 초동수사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민의 우려를 샀다.

초동수사 미흡이 연이어 진상조사까지 이어지는 최근 경찰의 모습이 지지부진한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당장 지금도 장대호 자수 논란 관련 기사에 '이런데 경찰 수사권을 주자고?'라는 요지의 댓글이 보이는 상황이다.

국민이 경찰에게 바라는 것은 사과가 아니라 엄정한 치안서비스 제공이다. 경찰 서비스의 근간인 초동대처가 흔들린다면 오래전부터 역설해 온 '경찰의 수사권 필요성' 주장도 국민의 귀에 들어갈 리 없다.

물론 경찰 입장에서도 억울한 점은 있다. "매끈하게 처리된 사건은 당연히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때때로 나오는 흠결이 13만 경찰조직 전체의 문제처럼 지적된다"는 한 일선 경찰관의 토로는 경찰 내부의 정서를 잘 드러낸다.

그러나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치안서비스라는 측면에서 볼 때 경찰의 작은 흠결이라도 비판적 시각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은 명백하다.


프로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이름을 모르는 심판이 최고'라는 말이 있다. 철저한 판정으로 심판에 대한 비판이 없어 관중들이 이름을 확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의 연이은 부침이, 우리 사회의 '이름 모를 심판'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bhoon@fnnews.com 이병훈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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