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지소미아 파기는 옳은 결정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이어 문 대통령, 이낙연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협정에 따라 한쪽 당사국이 종료 90일(24일) 전 상대국에 통보하면 협정은 종료된다. 이로써 2016년 11월 체결된 지소미아는 3년 만에 수명을 다했다.

지소미아 파기는 몇 가지 우려를 낳는다. 먼저 한·일 경제관계가 더 뒤틀리게 생겼다. 역사를 둘러싼 공방은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이어졌다. 지소미아 파기는 그 맞대응 카드 성격이 짙다.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일본에 유화적인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를 한국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기존 입장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도 성과 없이 끝났다. 당분간 한·일 관계는 돌파구를 찾기 힘들다. 두 나라 기업들만 죽을 맛이다.

군사·안보 측면에서도 지소미아 파기는 파장이 크다. 원래 지소미아는 이명박정부가 추진하다 밀실협상 논란에 휘말려 중단되는 곡절을 겪었다. 그 바통을 박근혜정부가 이어받아 2016년 전격 처리했다. 이때도 당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졸속·매국협상이라며 맹비난했다. 보수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일삼고, 수시로 미사일을 쏘아대자 지소미아에 관심을 보였다. 미국도 옆에서 거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지소미아는 전후 한국이 일본과 체결한 첫 군사협정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도 미국은 지소미아 연장을 원했다. 이달 초 방한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정경두 장관을 만나 같은 뜻을 전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미국의 기대를 저버렸다. 지소미아는 한·미·일 3각 안보공조 체제를 상징한다. 이제 한국이 이 틀을 깨뜨릴 참이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22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한·미 동맹과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자칫 한·미 동맹에 금이라도 간다면 지소미아 파기는 두고두고 후회할 그릇된 정책으로 기록될 수 있다.